"아, 조경작품인데"…민망해진 佛경찰 '대마밭 소탕작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한 건축대전에서 일종의 설치미술작품으로 마련된 밭의 풀을 경찰이 대마로 오인해 몽땅 뽑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9일 르 프로그레 등의 현지언론에 따르면 리옹 경찰은 지난달 말 중심가인 쿠르 드 샤를마뉴 지구를 순찰하던 중 400㎡가량 면적의 수상한 풀밭을 발견했다.
이들은 풀의 모양을 보고 불법 대마 재배지로 판단, 즉각 다른 경찰들을 동원해 풀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뽑아 제거했다.
그러나 이 풀밭은 사실 대마밭이 아닌, 리옹 건축비엔날레를 위해 조경 전문가가 마련한 일종의 설치미술 작품이었다. 도심의 현대인들이 청량한 공기를 마실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마련됐다고 한다.
주최 측은 건축비엔날레가 종료되면 이 밭에서 풀을 베는 퍼포먼스를 하고 음식을 함께 먹으며 작은 파티도 열 계획이었다.
경찰이 이 풀을 불법 대마로 판단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밭에 있던 풀 중에는 보리와 함께 대마의 일종인 헴프가 있었기 때문이다.
헴프는 요즘 슈퍼푸드로 주목받는 '헴프씨드'를 씨앗으로 맺는 식물이지만 마리화나 제조에 쓰이는 대마와 사실상 같은 작물이다.
대마는 종에 따라 환각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함유량에 차이가 있는데 THC가 6~20%로 높은 종은 마약인 마리화나(대마초)로 분류되고, THC 1~2% 이내로 낮은 종은 '헴프'로 불린다.
조경작품에 쓰인 풀은 마리화나가 아닌 헴프였지만 겉모습으로 구분이 거의 어려워 경찰이 본의 아니게 헴프 소탕작전을 펼친 셈이 됐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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