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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에 목격한 '피의 일요일'…조작되는 세계에 관심두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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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에 목격한 '피의 일요일'…조작되는 세계에 관심두게 됐죠"

아트선재서 첫 개인전 여는 아일랜드 작가 도허티 인터뷰

분리·분단 주제로 작업…"한반도 심리적 국경에 관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71년 1월 31일 일요일 아침을 맞은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평화행진을 하던 민간인 14명이 영국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졌다. '피의 일요일'은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랜 반목과 갈등을 상징하는 비극이 됐다. "12살 때였어요. 부모님 집 창문 너머로 군인들이 군사작전 차량에서 총을 든 채 하나둘 내렸고, 그런 다음에 총을 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데리에서 나고 자란 아일랜드 작가 윌리 도허티(58)도 반세기 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피의 일요일'은 수많은 사람에게 씻기지 않는 상처가 됐다. 영국 정부는 희생자들이 무장한 상태였기에 발포가 정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12살 소년이 목격한 것은 "엄청난 부정의"였다. 이는 그가 예술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보통 그 나이 때는 뉴스가 진실을 보도한다고 믿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매체가 조작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충격받았죠."

영상과 사진, 설치 등의 작업을 하는 도허티는 1980년대 초부터 국제적으로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그는 분리와 분단의 풍경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포착하면서 그 이미지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받아들여지는지를 살핀다. 주 작업 무대는 "식민지 역사를 응축한 소우주"인 데리다.

아트선재센터에서 8일 개막하는 도허티의 국내 첫 개인전 '잔해'(Remains)에는 영상 1점과 사진 2점이 나온다. 비슷한 상처를 공유하는 우리가 곱씹어볼 만한 부분이 많다. 영상 작품 '잔해'(2013)는 역사적 아픔 속에서 비극이 대물림되는 풍경을 다룬다. 2012년 데리의 한 남성이 반체제 단체로부터 '처벌 사격'을 명령받은 뒤 자식의 무릎에 총을 쏜 사건에서 출발했다. "그 아버지도 과거 '처벌 사격'을 당한 적이 있는 희생자였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죠."

작가는 "지금도 옛날과 마찬가지로 '처벌 사격'과 같은 일은 뉴스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공포와 가난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이야기하는 곳도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내 작업은 예술품이면서 기록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작품 '국경'(Incident·1993)과 '국경에서의 사건'(Border Incident·1994)에는 불타는 자동차가 나온다. 도허티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대상이다. '국경', '국경에서의 사건'이라는 제목은 사진 속 풍경을 폭력 사태로 유추하도록 이끈다. 도허티는 "불타는 자동차는 아일랜드뿐 아니라 세계에서 테러리즘과 무조건 연결되는 이미지다. 실제 일어난 사건일 수도, 연출된 이미지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짚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짧은 방한 기간에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 등과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볼 예정이다. 그는 "군사적 분리뿐 아니라 심리적 국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전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분명히 한국인들의 심리적 틀이나 생활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같은 나라의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외부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문의 ☎ 02-739-7098.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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