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값싸진 미국 석유 수입 1년새 10배로 늘렸다
올해 하루 10만 배럴 들여와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산 석유의 수출 금지 조치가 40년 만에 풀린 이후 중국의 석유 수입이 소량으로 시작되었다가 올해 급증했다. 미국산 석유 가격이 중동 라이벌의 것보다 싸진 결과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의 하나인 중국이 올해 5월까지 하루 평균 거의 10만 배럴의 석유를 미국에서 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세관당국 자료에 따르면 특히 4∼5월의 수입량은 하루 평균 18만 배럴이 넘었다.
미국 석유 생산 업체들은 한꺼번에 많은 원유를 실어나르기 위해 멕시코만의 항구를 재정비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석유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앙골라다. 미국의 수출량은 이들보다 훨씬 적지만 올해 10억 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1억5천만 달러였다.
중국이 미국산 석유 수입을 늘린 것은 여러 요인이 있다.
중국은 노후 유전에서 생산량이 감소하자 새로운 원유 공급처를 찾아 나섰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마침 미국은 2015년 40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수출의 빗장을 풀었다. 지난달 사우디와 다른 국가들이 카타르와의 관계를 단절한 것을 포함한 정치적 불확실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에 석유정책을 조언하는 린보창 샤먼대 교수는 "다른 곳에서 살 기회가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전제조건은 경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은 미국에 유리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으로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가격은 올라갔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셰일 생산이 늘어 미국산 원유의 비용은 낮아졌다.
하지만 미국의 석유 수출이 갑자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미국산 원유는 라이벌의 것보다 계속 낮은 가격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비용이 더 비싸고 수송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멕시코만에서 중국으로 석유를 운송하는데 6주가 걸리는 반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가져오는 데는 3주가 소요된다.
장거리 운송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더 큰 탱커선이 필요하다. 200만 배럴을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선박이 접안하려면 항구를 보수해야 한다.
중동의 석유 대국들도 중국 시장 점유율을 쉽게 내주지는 않으려 한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기업공개(IPO)에 중국 투자자들을 참여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이 사우디의 성공에 이해관계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우디는 전날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 공식 가격을 인하했다. 중동산 석유의 가격 인하는 중국의 다각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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