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이 된 옥상…쓰레기와 함께 내던진 '내 양심'
인천 다세대주택 옥상 쓰레기로 뒤덮여…인근 건물서 버린 듯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이 오피스텔 주민들은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고도 3년간 신고조차 안 했습니다. 20년 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인천시 남구에 있는 다세대주택 옥상 전체가 무단 투기된 쓰레기로 뒤덮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담당 공무원은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건물 옥상에 무려 2.5t의 쓰레기가 수년간 방치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달 초 옥상 사진이 온라인에서 유포되면서부터다.
3층 건물 옥상에는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채워져 보기도 흉한 데다 썩은 물이 새어 나와 악취가 코를 찔렀다. 곳곳에는 바퀴벌레도 들끓었다.
담당 구청은 이런 엄청난 쓰레기를 버린 이들은 바로 옆 오피스텔 주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5층 높이의 오피스텔에서 주민들이 쓰레기를 집어 던지면 바로 이 건물 옥상에 떨어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뒤집어쓴 건물에는 3년 가까이 입주민이 없었다. 건물주가 부동산 시장에 이 다세대주택을 매물을 내놓고 세입자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구는 8일 쓰레기 수거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쓰레기 내용물을 분석해 무단 투기자들을 찾아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관내에서 쓰레기 무단투기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1천129건(과태료 4천954만2천원)에 이른다.
전체 쓰레기 무단투기 적발 건수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비율이 20∼30%에 그치는 점과 적발되지 않은 쓰레기까지 포함하면 실제 총 쓰레기 무단투기 건수는 3천∼5천 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탓에 쓰레기 무단투기를 적발하는 공무원들은 늘 곤혹을 겪는다.
비닐봉지에 구겨진 종이, 찌그러진 플라스틱 음료수병, 남은 음식물이 섞여 오랜 시간 방치된 쓰레기의 악취는 참는다 해도 일일이 분리해 수거할 때 밀려오는 불쾌감은 참기 어렵다.
과태료를 꼭 부과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쓰레기를 면밀히 뒤져봐도 '버려진 양심'의 정체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우편물 등 증거를 내밀어도 시치미 떼는 주민과 대적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주안5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요즘은 쓰레기 무단투기 과태료를 피하고자 우편봉투나 배달음식 영수증 등을 제거한 뒤 버려진 쓰레기도 발견된다"며 "무단투기 된 쓰레기는 주민들의 혈세로 처리되는 만큼 주민들이 양심을 지켜 관련 기준대로 쓰레기를 배출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의식 바르게살기운동본부 인천시협의회 회장은 "인천지역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덩달아 윤리의식도 하락하는 것 같다"며 "교육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 스스로 이웃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양심 불량자'들을 올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지역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2015년 2만5천715건(과태료 부과 5천332건·4억6천558만3천원)에서 2016년 2만9천277건(과태료 부과 8천910건·6억5천567만9천원)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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