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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천 안에 폭포수가 덮쳤다…"뛰어라" 고함 이미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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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천 안에 폭포수가 덮쳤다…"뛰어라" 고함 이미 늦어

마산 양덕천 사고 생존 정 씨 "찰랑찰랑 하천이 순식간에 돌변"

"복개구안 안쪽에서 작업해 폭우 쏟아지는 줄 몰랐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지난 4일 경남 창원시내 한 하천에서 근로자 4명이 급류에 휩쓸려 3명이 숨진 사건은 최근 잦아진 국지성 호우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사고에서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정모(51)씨는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장화 바닥을 적실 정도였던 하천 수위가 폭포수처럼 급격히 불어나 우리를 덮쳤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순식간에 발생한 급류에 떠내려가다 공사용 전등과 연결된 전선을 붙잡은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사고가 발생한 양덕천은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일대 주택가를 지나는 하천이다.

가끔씩 마르기도 할 정도여서 수량이 많은 하천은 아니다.

사고 당일 작업을 시작할 때도 수심이 장화 바닥을 적실 1.5㎝ 정도였다.

"걸을 때 '찰랑찰랑' 소리가 났다"고 정 씨는 기억했다.

정 씨 등 작업자 4명은 이날 오전 8시 무렵무터 양덕천 복개 구조물 보수보강 작업을 하는데 투입됐다.

전날 태풍이 지나가기는 했지만 비가 그친데다 스마트폰으로 날씨 검색을 해보니 오후 강수량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작업을 진행했다.

정 씨와 숨진 강모(30)씨는 외삼촌과 조카 사이였다.

동네 형님·동생사이였던 나머지 숨진 작업자 2명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4∼15년 동안 일을 같이 할 정도로 팀워크가 좋았다.

이날 정 씨를 제외한 3명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양덕천 복개구간 길이는 대략 720m쯤 됐다.

정 씨 등 2명은 입구에서 650m쯤 되는 지점에서 균열이 생긴 곳을 시멘트로 덧바르는 미장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나머지 2명은 450m 구간에서 일을 했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복개구간 안쪽 벽에 입구에서부터 10m씩 거리 표기를 해둬 사고당시 위치를 상세히 기억했다.

"안쪽에서 일을 해 비가 내리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상류쪽에서 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뛰어라'고 고함을 쳤고 다들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불과 1∼2분 사이에 어른 가슴팍 이상으로 차오른 급류는 입구를 향해 달리던 4명을 모두 쓸어갔다.

이들이 급류에 휩쓸린 4일 오후 3∼4시 사이 마산 양덕천 일대에는 시간당 27.5㎜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정 씨는 복개구간 중간에 있던 기둥과 전선을 간신히 부여잡고 버틴 끝에 목숨을 건졌다.

정 씨는 "'이제 끝이구나' 포기 하려고 할 때 물이 거짓말처럼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 씨는 물이 무릎 높이까지 줄자 걸어서 입구쪽으로 나오다 119 소방대원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입원해 있던 정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5일 새벽 조카와 동료들이 떠내려간 마산만을 찾았다.

119 구조대원들은 "조카를 찾아야 한다"며 바다로 뛰어들려한 정 씨를 겨우 붙잡았다.

정 씨 조카와 동료 등 3명은 이날 오전 숨진채 모두 마산만에서 발견됐다.

seam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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