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시간만 여는 학교도서관…태반이 전담인력 없어
전국 1만1천632개교 중 44%만 사서 교사·사서 배치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교실 세 칸을 터서 번듯한 도서관을 만든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운영할 인력은 안 주네요."
올해로 개교한 지 6년 된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는 교내 도서관을 평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3시간만 운영한다.
도서관 운영을 담당할 사서교사나 사서가 없어 학부모 자원봉사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탓이다.
학교 관계자는 6일 "연초에 학급마다 인원을 할당해 40여명의 도서관 자원봉사 학부모를 모집하는 것만도 큰 부담"이라며 "도서관 이용교육이나 독서 지도프로그램 운영 등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전담인력이 없어 하루 중 대부분 시간 문을 걸어 잠근 도서관은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국 1만1천699개 학교의 99.4%인 1만1천632곳에 도서관이 설치돼 있다.
현행 '학교도서관진흥법'은 교육감이 학교마다 학교도서관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도서관 운영을 위한 전담인력 배치는 의무화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규직·계약직 사서교사나 사서가 배치된 학교는 5천144곳으로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에는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 실기교사, 사서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한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학교마다 한 명이라도 사서교사나 사서가 배치됐는지는 학교도서관 활용도와 독서교육의 질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올해 3월 정규직 사서교사가 부임한 인천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 사이에 언제라도 학교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에서는 1∼2학년 전체 학급이 매주 한 시간씩 사서교사가 진행하는 독서교육을 받는다.
매월 그림책전시회을 비롯한 다양한 도서관 행사가 열리고 방학 때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독서캠프도 연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도서관 이용방법이나 책을 고르고 읽는 바른 독서습관을 평소에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서는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초등생이 0.6%, 중학생이 5%, 고교생이 8.7%였고 성인은 34.7%로 나타났다.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학교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빌려주거나 학생들이 잠시 머무는 공간으로 여기는 탁상행정이 문제"라며 "학생에게 수준 높은 독서교육을 위해선 학교도서관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서교사 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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