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미 정책 공조에 미사일 도발로 응답한 北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끝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것 같다. 북한은 4일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탄도로켓이 예정 궤도를 따라 39분간 비행해 설정된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북측 발표에 따르면 고각 발사된 미사일은 2천802㎞까지 상승해 933㎞를 비행했다고 한다. 우리 군은 "ICBM 능력을 갖추었는지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 측 주장이 사실이고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가 1만Km를 웃돌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본토가 사정권 안에 들어오는 ICBM급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발사한 것은 중거리미사일로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의 군은 아직 북한의 주장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북한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3시간 전이다. 문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양국의 견고한 방위태세와 긴밀한 대북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크게 실망해 노기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한국과 일본이 더 견뎌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 난센스 같은 상황을 끝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우리 측 발표 내용을 먼저 브리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일본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직 최종평가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ICBM 기술은 거의 완성된 듯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이미 ICBM을 보유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약간 미심쩍은 구석이 있더라도 분석과 추정을 믿고 '국민의 안위'를 도박하기는 어렵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현실화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안보'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미국의 대북 전략에 상당한 '수정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이 정말 ICBM 개발에 성공했다면 모든 것을 바꾸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될 공산이 크다. 본토가 북한의 미사일 타격권에 들어간다는 것은 미정부 입장에서 근본적인 상황 변화이기에 그렇다. 미국의 대북 강경기류가 다시 강해져 선제타격론 같은 군사적 옵션이 급부상할 개연성이 크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유화적 태도를 보여온 우리 정부에는 이래저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묘한 시점에 자행됐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지 사흘 뒤이고, 문 대통령이 독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하루 전이다. 마치 한미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중간에 미사일을 쏜 모양새다. 북한의 이번 도발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 같다. 한미 정상의 공고한 대북공조 합의를 거부하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겨냥한 위협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지만 어렵게 미국의 동의를 받아낸 대북 대화 기조를 통째로 흔들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을 보고도 원래 계획했던 속도와 수위를 그대로 가져가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이 며칠 뒤 베를린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 담을 메시지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원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을 주제로 '독트린' 수준의 연설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기습 도발로 메시지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문 대통령이 어떤 고뇌의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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