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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임자 만났네"…'아이해' 이준·'쌈'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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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임자 만났네"…'아이해' 이준·'쌈' 안재홍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드라마 인기 견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배우 이준(29)과 안재홍(31)이 성장세를 이어가며 시청자에게 보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KBS 2TV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아이돌 출신 배우 안중희를 연기하는 이준과 KBS 2TV 월화극 '쌈, 마이웨이'에서 홈쇼핑채널 대리 김주만으로 분한 안재홍은 캐릭터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발부터 남달랐던 이 두 배우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바쁜 행보 속에서 연기력을 착실히 다지며 배우로서 멋지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두 배우는 현란한 장치나 기교에 기대지 않으면서 섬세한 감정연기를 소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 코믹함에 실어나르는 섬세한 연기

'아버지가 이상해'의 안중희는 왕년에 반짝인기를 얻었으나 '철 지난 스타'가 된 지 오래고, 연기자로 전향한 뒤에는 '발연기'의 대표 주자로 회자되는 배우다. 코믹함이 한껏 강조되는 역할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과잉' 논란을 쉽게 부를 수 있는 캐릭터다.

이준은 그런 안중희를 가볍게 잽을 툭툭 날리듯 힘을 안 주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인기가 떨어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여전히 콧대만 높은 철부지를 한심하면서도 밉지 않게 연기해내는 과정이 부드럽다.

'갑동이'의 사이코패스와 '미스터백'의 재벌 2세 한량을 거쳐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철부지 수재를 연기해낸 이준은 그들 캐릭터를 통해 하나씩 터득한 감정들을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그 결과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흔히 부딪힐 것만 같은 코믹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다.





'쌈, 마이웨이'의 김주만은 고교시절 친구와 함께 교실 뒷자리에 앉아 딴짓을 해대던 사고뭉치였고, 지금은 먹거리에 대한 남다른 미식 감각을 발휘해 직장생활을 한다. 10대 때는 세상 걱정 하나 없는 낙천주의자였으나, 지금은 6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전셋집 구할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현실이 팍팍한 샐러리맨이다.

안재홍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서민 청년 김주만을 참 살갑게 연기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드라마틱한 사연을 가진 것도 아니고, 감정의 진폭이 크지도 않은 '곰돌이 푸' 스타일의 김주만은 안재홍이 아니었다면 별반 주목받지 못할 캐릭터가 됐을 수 있다. 너무 평범한 김주만은 '쌈, 마이웨이'의 주인공 '고동만'(박서준 분)의 '화려한' 캐릭터에 밀려 형식적인 조연이 될 위험이 높았다.

그러나 안재홍은 그런 평범함 속 작은 진동도 세심하게 포착해 무심한 듯 실어나르며 김주만이라는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고동만의 엉뚱한 행동에 김주만은 별반 소리도 내지 않고 장단을 맞추는데 그게 폭소를 유발한다. '말갛고 하얗고 통통한' 얼굴에 이렇다 할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응답하라 1988'의 '정봉'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독립영화계에서 이미 입소문이 난 기대주였다. 특히 뭔가에 빠져버린 '덕후' 캐릭터, 한심한 취미를 가진 백수,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지질한'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내는 게 일품이다.

그는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도 그런 천연덕스러움을 한껏 과시하는 코믹 연기로 관객을 배꼽 잡게 했다. 얼핏 굼뜬 것 같지만 이보다 섬세할 수 없는 캐릭터 해석과 감정연기가 매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 아닌 척하다 훅 들어오는 깊은 연기

이준과 안재홍은 이러한 섬세함을 바탕으로 화면에서 물 흐르듯 유유히 흘러가다 어느새 훅하고 들어온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던 시청자는 어느 순간 이들의 연기에 깊숙이 빠져 완전히 젖게 된다.

'아버지가 이상해'의 안중희는 친아버지를 찾는 여정과 사랑에 눈뜨는 과정에서, '쌈, 마이웨이'의 김주만은 오래된 연인과 멀어지는 과정에서 그간의 허허실실을 벗어나 '진지 모드'로 전환하는데 이게 매끄럽다.







많은 젊은 배우들이 코미디와 진지한 연기를 오가는 데 삐걱대고, 어색함을 크게 노출하는데 이준과 안재홍은 감정의 전환이 자유자재다. 망설이고, 주저하고, 그러다 결국 울음을 토해내며 후회하는 연기에 가식이나 꾸밈이 느껴지지 않는다. 별반 동요하지 않는 척하다가 조용히 폭발하고, 아닌 척하다가 절절하게 가슴을 쥐어짜는 깊은 감성 연기가 화면을 적신다.

이들의 이러한 캐릭터 플레이 덕에 '아버지가 이상해'와 '쌈, 마이웨이' 모두 후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시청률 30%를 넘어 고공행진 중이고, '쌈, 마이웨이'는 12%대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이어가고 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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