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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용 트레일러기사 30% 신용불량…"열악해도 견딜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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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용 트레일러기사 30% 신용불량…"열악해도 견딜 수밖에"

'마지막 기댈 언덕'…4대 보험도 못 들어 복지사각지대 놓여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고용된 트레일러 기사 상당수는 신용불량자여서 열악한 여건과 낮은 임금에도 운전대를 잡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4대 보험에도 들지 못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5일 운송업계에 따르면 운송사에 고용된 기사는 20%, 개인차주에 고용된 기사는 30% 이상이 신용불량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를 소유한 운송사가 전체의 5%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개인차주들을 지입해서 운행하는 형태여서 업계 전체로 보면 고용 기사의 30% 이상이 신용불량자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용기사의 절반가량이 신용불량자였으나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당을 많이 주는 건설현장으로 옮겨가 비율이 낮아졌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중소 운송업체 A사의 경우 고용기사 20명 가운데 10명, B사는 고용기사 50여명 중 10여명이 신용불량자이다.

이 업체 간부 K씨는 "이들은 예전에 자기 차를 사서 운행하다가 매월 수백만 원씩 내야 하는 할부금을 갚지 못해 차를 뺏기고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B사 대표 L씨는 "개인이 차를 사서 운행하려면 트레일러와 섀시 값에다 번호판 비용을 합쳐 국산차는 2억원, 수입차는 3억원 이상이 든다"며 "현재 운임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매월 수백만원의 할부금을 내기가 빠듯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태에서 졸음운전 등으로 인명피해 사고를 내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고 그는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부 악덕 운송업자들이 지입차주를 모집해 운임 2억~3억원을 챙겨 부도내고 도주하는 일도 벌어진다"며 "그런 일을 당한 개인차주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용불량자가 된 기사들이 밥벌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은 건설현장 막노동 외에는 운송업체가 거의 유일하다.

운송업체는 일손이 모자라다 보니 신용불량자라도 채용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기댈 언덕이나 다름없다 보니 기사들은 하루 평균 12~17시간 넘게 일하면서 제대로 못 자고 식사도 거르는 여건인데 월 250만원 안팎의 수입에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신용불량 상태인 기사들은 이 월급마저 자기 이름으로 받지 못한다.

수입이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 할부금융사 등에 압류당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척 이름으로 된 계좌로 받거나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한다.

이런 약점을 악용해 운송업체나 차주가 임금을 주지 않는 등 횡포를 부려도 기사들은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불량자인 기사들은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 들지 못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다.

운송업체 간부 K씨는 "회사가 4대 보험을 들어주려고 해도 기사들이 월급을 압류당한다는 이유로 거부한다"며 "이들은 실제로 일을 하고 있지만 '유령'처럼 지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고용된 기사들은 6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70대도 적지 않다.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건강상태도 좋지 않아 트레일러 기사 일마저 조만간 그만둬야 할지 모르지만 노후 대책은 아예 없다.

기사들은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좋으니 제대로 대우받고 싶다"며 "그러려면 대기업들이 중소업체와 기사들을 쥐어짜는 불공평한 구조가 개선되고 선사와 터미널, 화주들도 우리를 머슴 취급하지 말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운송업체 대표 L씨는 "이런 구조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트레일러 운전에 뛰어들 수가 없다. 지금 일하는 나이 많은 기사들이 떠난 뒤에는 기사를 구하지 못해 컨테이너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lyh950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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