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143㎜ 진천 나흘새 92㎜…"단비가 왔어" 웃음꽃
"말라 비틀어진 밭작물 생기 도니 살 맛 나는구먼"
가뭄 애태우던 농민들 해갈 단비에 "그나마 다행"
(진천=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단비 덕분에 말라 비틀어졌던 밭작물에 생기가 돌고 도랑에는 물이 흐르니 이제야 살 맛 나네"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에서 오디 농사(1천600여㎡)를 짓는 홍모(60)씨는 4일부터 내린 단비에 모처럼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20여 년 농사를 지으면서 처음 겪어본 가뭄에 시커멓게 타들어갔던 가슴이 이번 단비로 '뻥' 뚫렸기 때문이다.
뽕나무가 시들어갈 때마다 집 근처 농사용 관정에서 물을 퍼다 뿌리던 수고도 더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 비 피해를 본 게 안타깝지만, 가뭄에 맘 고생하던 이 지역 농민들에겐 고마운 단비가 됐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인근 문백면에서 옥수수와 고추 농사(3천300여㎡)를 짓는 이모(65)씨의 목소리에서도 생기가 넘쳐 났다.
늦어도 이달 20일까지는 콩을 심어야 하는 데 천만다행으로 비가 적당히 내려 옥수수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콩을 심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농사용 관정에서 물을 퍼다가 뿌렸는데도 오랜 가뭄으로 옥수수는 수정이 제대로 안 됐고 그나마 말라 비틀어져 상품성을 완전히 잃었어요. 시장에 내다 팔 수 없을 정도예요"
그나마 이번 비로 고추 나마 건질 수 있게 된 게 다행이라는 이씨는 "오랜 가뭄으로 어제서야 모내기한 농민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가뭄이 심각했다는 얘기다.
농민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핀 것은 이달 1일부터 4일 이날 오전 7시까지 진천지역에 평균 92㎜의 비가 내린 덕분이다.
가뭄이 심했던 문백면과 백곡면, 이월면, 광혜원면 등에는 4일 오전부터 37∼105㎜의 비가 내렸다.
진천지역에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고작 143㎜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3개월가량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민들이 애간장을 태웠다.
진천군도 이번 비로 밭작물 시듦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에 따르면 가뭄으로 군내 옥수수밭 1.7㏊가 시듦 피해를 봤다.
군 관계자는 "그제까지 모내기하지 못한 논도 이번 장맛비 덕분에 모내기했다"고 말했다.
가뭄으로 바닥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졌던 진천군 초평저수지 바닥도 물이 고였다.
메말랐던 바닥 틈으로 물이 흘렀고, 물 고인 웅덩이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갈라진 바닥을 걸어서 낚시용 좌대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4일 한국농어촌공사 청주지사에 따르면 이날 현재 초평저수지 저수율은 24.3%다.
지난달 23일 저수율 20.8%보다 3.5% 포인트 높아졌다.
1985년 준공된 초평저수지(저수용량 1천385만3천t)는 청주 옥산, 오창, 오송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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