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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1970년, 오늘날 미국을 만든 '특별한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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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1970년, 오늘날 미국을 만든 '특별한 100년'

신간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저성장 추세의 선진국에서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경제학자인 로버트 J.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적어도 미국의 경우에 있어서는 이런 시각에 회의적이다. 그는 정보통신기술 분야가 크게 발전하는 것은 맞지만 경제성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간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생각의힘 펴냄)에서 세계 제1의 경제대국 미국의 경제성장 궤적을 되짚으며 미국 경제가 미래에도 과거처럼 성장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경제성장은 꾸준히 이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1770년까지 경제성장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1870년까지 100년간은 점진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다 1870∼1970년 기간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졌다. 이후에는 다시 경제성장이 둔화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고든 교수의 분석이다.

책은 국민총생산(GDP)이 경제성장의 여러 측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관점에서 총요소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이란 지표로 경제성장을 판단한다. TFP는 노동과 자본 투입량에 비해 생산량이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1920∼1970년 TFP는 연평균 1.89% 성장했다. 반면 1970∼2014년의 성장률은 연평균 0.64%에 그쳤다.

1870∼1970년의 100년은 미국 경제성장에서 최고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있었던 '특별한 세기'다.

책은 이시기 2차 산업혁명의 발명품들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미국인의 생활 수준을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꿨는지를 분야별로 자세히 보여준다.

옷을 만들어 입던 여성들은 백화점이나 우편주문 카탈로그를 이용해 옷을 사 입게 됐다. 자동차는 말과 철도를 대체했고 물과 땔감을 날라 생활하던 사람들은 수도와 세탁기, 냉장고, 중앙난방, 수세식 화장실, 전기를 갖춘 주택에서 살게 됐다. 가전제품은 집안의 허드렛일들을 크게 줄여줬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했다. 유아 사망률은 0에 가까워졌고 1870년 45세였던 기대수명은 1970년 72세로 급증했다. 마취법과 살균수술법, 엑스레이, 항생제, 근대적 항암치료 모두 이 시기에 등장했다.

이후에도 물론 새로운 발명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기본적인 차원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상황에서 이전 시기보다는 발전의 속도가 느려졌고 과거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더 안전해지고 편리해졌지만, 말이 자동차를 대체했던 것에 비교할 만한 획기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민간항공여행이 새로이 등장했지만, 항공여행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오히려 좌석 공간은 줄어들었으며 공항 보안 검색으로 수속 시간은 더 길어졌다.

혁명적인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와 통신,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빠른 변화가 일어났다. 인터넷과 웹 브라우저, 검색엔진, 전자상거래 등은 업무 관행과 절차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이는 '닷컴 시기'인 1996∼2004년 TFP가 연평균 1.03% 성장하는 결과로 나타났지만, 그때뿐이었다. 2004년부터 2014년 기간 TFP는 다시 0.4%로 둔화했다.

미국은 다시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까. 저자는 "1870년의 선조들보다 '어마어마할 정도로' 앞서 있지만 이제 그 발전의 속도는 무뎌졌고 한 두 세기 전 지속적인 성장을 방해했던 것들보다 더 강력한 역풍에 맞서야 한다"고 답한다. 저자가 언급한 역풍은 소득분배의 불평등과 교육 수준 저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정부의 부채 증가 등이다. 이경남 옮김. 1천40쪽. 4만3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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