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6년만에 최악 성적…올 상반기에만 5.6% '뚝'
세계경제 회복 기대에 유럽·캐나다 테이퍼링 신호 겹쳐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올해 상반기에만 6% 가까이 떨어지면서 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1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달러 지수가 올해 상반기에 5.6% 하락했다고 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개 분기 연속 움직임을 따졌을 때 2011년 이후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통화 가운데서도 올해 최악의 움직임을 보였다.
전망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투자자들의 달러 강세 베팅규모가 지난해 말 280억 달러에서 지난달 27일 27억 달러로 급감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직후만 하더라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달러 가치가 눈에 띄게 떨어진 배경에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경제성장세보다 유럽이나 기타 국가의 성장세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달러 대신 유로 또는 캐나다 달러에 투자 중이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축소하겠다고 시사하면서 유로 가치는 1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캐나다 달러 가치도 2% 뛰었다.
TD 증권의 마크 매코믹 북미 외환전략팀장은 "미국이 감속하는 사이에 나머지 국가의 분위기가 나아지고 있고 달러 가치가 이를 반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했던 감세나 인프라 투자 정책은 정치·안보 이슈에 묻혀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마저 흐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그룹의 패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54%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3월 집계치인 62%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오펜하이머 펀드의 알레시오 드 롱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의 성장 모멘텀이 사라지고 있다"며 "세제개편 활성화가 없다면 달러 강세장은 끝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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