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응시자 달랑 1명'…한약조제 자격시험 유명무실
응시수수료 9만원인데 출제 등 관리예산 900만원
복지부 자체감사서 "행정력 낭비…제도정비 방안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난 13년간 한약조제 자격시험 응시자가 단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한데도 보건의료인면허관리 당국이 이 시험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보건복지부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대한 종합감사결과에 따르면, 한약조제 자격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3년간 1명에 그쳤다. 국시원은 의사를 포함해 24개 직종의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제도를 관리하는 특수법인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4∼2008년 0명, 2009년 1명, 2010∼2016년 0명 등이었다.
실질적으로 응시자가 없는 국가 자격시험인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시원은 이 시험제도를 운용하느라 과도한 예산을 쓰고 있다.
유일하게 응시자가 1명 있었던 2009년의 경우 응시수수료는 9만원인데 반해, 시험문제 출제 등에 들어간 관리비용은 100배인 900여만원에 달했다.
국시원은 현재까지도 해마다 홈페이지(www.kuksiwon.or.kr)에 이 시험의 응시자격과 일정, 원서접수 기간, 제출서류, 필기시험 과목, 시험시간표 등 시험시행계획을 공고하고 있다.
한약조제 자격시험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약사 면허제도를 정식으로 도입(2000년)하면서 한약을 조제, 판매하던 기존 약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94년 7월 당시 약대에 다니면서 한약 관련 과목(본초학, 한방개론)을 이수한 사람이 약사면허를 따고서 2년 이내에 한약조제 자격시험에도 합격하면 한약조제 자격을 부여했던 것이다.
복지부는 감사에서 "한시적 경과조치로 시행한 한약조제 자격시험은 20여년이 지나면서 2010년 이후 응시자가 없어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응시대상자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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