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테메르 기소 안건 하원 심의…재판 이뤄질지 주목
사법방해죄로 추가 기소 가능성도 있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부패혐의로 기소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이뤄질 것인지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질 연방하원은 29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테메르 대통령 기소 안건을 넘겨받았다.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려면 연방하원 사법위원회의 심의와 전체 회의 표결을 거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연방하원 전체 회의 표결에서는 재적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인 342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연방하원의 동의 절차가 끝나 재판이 시작되면 테메르 대통령은 180일간 직무가 정지되고 즉시 피고인 신분이 된다.
테메르 대통령 측은 기소 안건이 연방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이 사법방해죄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7일 집무실에서 세계 최대 육류 가공회사인 JBS의 조에슬레이 바치스타 대표를 만나 대화한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녹음테이프에는 테메르 대통령이 JBS에 세금과 대출 혜택을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과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의 증언을 막기 위해 금품을 계속 제공하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방경찰은 테메르 대통령 측이 바치스타 대표를 독려해 쿠냐 전 의장에게 뇌물을 계속 주도록 해 부패수사를 방해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한편, 테메르 대통령을 기소한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총장은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증거 없이 기소했다는 테메르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자노 총장은 지난 26일 테메르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 출신인 호드리구 호샤 로우리스 전 연방하원의원을 부패혐의로 기소했다.
브라질에서 연방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방검찰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JBS로부터 뇌물 15만2천 달러(약 1억7천만 원)를 챙겼고, 앞으로 9개월간 JBS로부터 1천150만 달러(약 130억7천만 원)를 받으려고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자 테메르 대통령은 TV 성명을 통해 "내가 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어디 있느냐"며 자노 총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드라마 줄거리를 짜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이어 "자노 총장의 기소는 법률이 아닌 정치적 요인이 작용해 이뤄진 것"이라며 "고통스러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브라질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테메르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사임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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