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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다문화정책] ② 컨트롤타워 설치되나…주요 현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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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다문화정책] ② 컨트롤타워 설치되나…주요 현안들

다문화정책 시행 12년, 다문화가족법 제정 10년…"새 틀 짜야 할 때"

"종합 거버넌스 체계 구축해야" "지원 위주 벗어나 소통 주력"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2000년 1만2천여 건이던 국제결혼은 2005년 4만2천여 건으로 급증, 전체 결혼 건수의 13.5%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다문화가정은 27만8천여 가구로 전체의 1.3%를 차지하며,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6월 200만 명(인구의 3.9%)을 넘어섰다.

정부는 2006년 4월 '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다문화정책을 펼쳐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09년 총리실 산하에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설치했다.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제1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2010∼2012년)과 2차 기본계획(2013∼2017년)을 마련해 시행했고 올해 안으로 3차 기본계획(2018∼2022년)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난 1월 9일 여가부가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의 골자는 ▲다문화가족 정착 단계별 지원 강화 ▲다문화 자녀를 미래 인재로 양성 ▲다문화에 대한 긍정적 사회인식 확산 ▲다문화가족 정책 총괄 및 서비스 전달체계 효율화 4가지다. 여기에는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된 내용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지난해 9월에는 3개 부처 10개 사업을 통폐합하고 5개 부처 6개 사업을 조정하는 등 그동안 지적돼온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농업진흥청의 '다문화가족 상담 사랑방'을 여가부가 운영하는 '다누리포털'(www.liveinkorea.kr)로 일원화했고, 여가부가 실시해온 '국제결혼 피해 예방 교육'과 법무부의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을 통합하기로 했다.



◇ 다시 대두하는 컨트롤타워 설치 논의

지금까지 10년 넘게 정부가 다문화정책을 펼쳐오는 동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것은 여러 부처가 각기 업무를 추진하다 보니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도 않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총리가 주재하는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예산의 낭비나 정책의 혼선을 피하기 어렵다. 중복 사업이 적지 않고 성과 위주의 일회성·시혜성 사업도 쏟아지다 보니 역차별 논란을 부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번에야말로 부처 간 이견 등으로 번번이 무산돼온 이민청 설립이나 컨트롤 타워 설치 주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민정책의 추진 체계에 관한 논의가 부처 간 기능 재편이나 기구 설립 중심으로 이뤄져 부처 편의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면서 "종합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부처 고유의 기능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주민정책의 추진 방향 설계나 컨트롤 타워 설치 논의를 관료들에게 맡기기보다 이민 전문가를 중심으로 특별기구를 한시적으로 설치해 각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관련 부처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 실질적 지원 이뤄지도록 법령 정비 시급

법령 역시 다문화가족지원법 말고도 국적법, 출입국관리법, 외국인처우개선법,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재외동포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북한이탈주민 지위에 관한 법률, 교육기본법, 사회보장기본법 등에 관련 규정이 산재해 혼선을 빚고 있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다문화가족 정책의 종합 거버넌스 문제를 따져 보고 관련 법률의 상호관계를 분석한 뒤 모순점을 시정하는 동시에 담당 부처·기관의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직업훈련, 기술, 법률, 복지, 의료, 학습권 보장 등 다문화가족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환학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외국인 입국허가와 체류관리 등을 담은 출입국관리법에서 국민의 출국금지 규정을 분리하고 난민 심사 절차를 신속하게 운용하도록 법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시혜적 방식은 그만…'자존감 상처·낙인 효과'

다문화가족이나 이주민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지만, 이들을 시혜적 정책의 대상자로 범주화하는 것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낙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반다문화 정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반 국민의 거부감을 부추기고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 연장선에서 다문화 자녀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특별학급과 대안학교를 지원하겠다는 대통령 공약도 중도입국 청소년 등 대상을 한정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의도하지 않게 그들을 사회적 소수자나 취약계층으로 낙인찍는 효과가 생긴다"면서 "특히 일반 학교에서는 다문화가족 자녀만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나수민 씨(전북 진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 코치)는 "큰딸이 초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도중 다문화 자녀들만 따로 불러내 문화체험을 시켜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다문화가족이 일반인과 분리된 채 정책의 대상이 되면 배려받는다는 심정보다 특수한 존재로 취급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일반인과 소통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 동화주의 벗어나 상호 인정으로 방향전환

다문화정책 시행 초기에는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나 한국 문화 교육에 집중했으나 이제는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전 국민에게 세계시민교육을 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초기의 다문화정책은 한국 문화의 우세를 전제로 보편적 한국 문화를 습득하게 함으로써 단기간에 결혼이주민을 한국 주류사회에 편입시키거나 동화시키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비판한 뒤 상호 인정과 이해를 통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이중언어를 배우기 어려운 형편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양국 문화를 이해하고 두 나라 말을 모국어로 익히는 것은 큰 장점임에도 대부분의 아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은 시집 식구들의 반대와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등의 여건 미비로 자녀에게 모국어를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여가부가 이중언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수 인재 발굴이나 교육용 교재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시의적절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2015년 여가부의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100점 만점에 53.95점이었다. 2011년 조사 때보다 2.78점 높아졌지만, 주요 선진국보다는 이주민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정서가 여전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을 통해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를 군대와 학교 등 전국 각지에 파견하는 한편 '다문화 수용성 제고 중장기(2018∼2022년) 로드맵'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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