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환배치보다 상시 주둔이 낫다"…미 육군대학 보고서
예산절감·사기 진작에 긍정적, 한국ㆍ독일에 기갑여단 추가 배치 필요
데니 교수 대서양위원회 토론회서 발표, 기존 인식에 정면배치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한국과 독일 등 해외에 미군 병력을 상시 주둔시키는게 순환 배치보다 훨씬 돈이 적게 들고 병사 사기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 데니 미 육군대학 교수는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한국과 유럽에서 이뤄진 미 육군 병력의 순환배치에 투입된 예산이 해외 상시 전진 배치하는 것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미군 기관지 성조지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니 교수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대서양위원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순환배치 對 전방 주둔"(Rotational Deployment vs. Forward Stationing'이라는 보고서에서 해외 주둔 미 육군 병력이 동일한 임무를 훨씬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데도 많이 비용이 들어가는 순환배치 병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오히려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유럽의 예를 들면서 미 육군 병력을 상시 주둔하는 것보다 미 본토 주둔 병력을 수시로 순환 배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국방부의 오랜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한국과 유럽에 장기간 순환 배치되는 부대 병사들이 사기가 그렇지 않은 동료들보다 재입대 비율에서도 훨씬 낮은 것이 사기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데니 교수는 한국과 유럽에 항공자산과 함께 추가로 기갑여단 한 개씩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면서, "실제적인 자료가 있는 데다 특히 기갑여단 전투팀을 순환 배치하는 것이 전진 배치하는 것보다 돈이 더 들어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기갑여단 전투팀을 한국과 유럽에 주둔시키는 것은 시간상으로 보면 훨씬 경제적인 데다 특정 지역 우방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방위공약 과시와 함께 병사 사기 저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데니 교수는 텍사스주 포드 후드에 있는 제1 기병사단 예하 제1 기갑여단 전투팀의 경우 미 본토에서 유럽으로 순환 배치되는 병력을 유지하는 데 연간 1억3천500만 달러(1천560억 원)가 더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미 본토에 주둔하는 기갑여단을 유럽에 순환 배치하려면 11억9천만 달러(1조3천565억 원)가 필요하지만 같은 여단을 독일에 주둔시키는 데는 10억5천만 달러(1조1천967억 원)가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미 본토 주둔 기갑여단을 유럽에 재배치하려면 초기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데다 유럽 주둔 미 육군 병력이 축소되면서 주둔지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바움홀더와 그란펜뵈허의 경우 막사 건설 등을 포함해 초기에는 3억 달러(3천417억 원) 이하의 비용이 필요해 가장 값싼 주둔지로 평가됐다. 더구나 운영비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3년 이내 초기투자비를 뽑을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독일보다 경제성이 앞선 곳이 폴란드다. 폴란드에 기갑여단을 주둔시키는 데는 6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지만,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을 우려한 폴란드 정부가 미군의 영구주둔을 원하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독일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부는 본토 주둔 병력을 유럽에 배치하겠다는 국방부의 결정에 따라 잠재 주둔지 물색에 나섰다. 그러나 옛 소련 위성국에는 대규모 영구주둔 병력에 제한을 둔다는 조약 때문에 폴란드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한국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K-6)는 기갑여단 주둔지로 결정돼 가족을 동반한 정상적인 순환배치와 이에 따른 병사들의 전역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데니 교수는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가 해외에 미 육군 병력을 상시 주둔하는 것보다 순환 배치하는 것이 예산절감 측면에서 낫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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