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40도 언덕·90cm 물속도 거침없는 '진짜 SUV'…올뉴디스커버리
알루미늄 차체·에어서스펜션으로 포장도로 승차감도 '합격'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난 1989년 영국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28년 동안 세계 시장에서 120만대 이상 팔린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대명사, '디스커버리'가 8년 만에 새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27일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특설 행사장에서 만난 '올 뉴 디스커버리'는 우선 외관에서부터 직전 4세대 디스커버리(디스커버리 4)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앞서 1~4세대에 걸쳐 이어진 디스커버리 특유의 '각진' 디자인 요소가 많이 사라졌고, 헤드·리어(앞·뒤) 램프와 보닛(엔진 룸 뚜껑) 등이 모두 곡선으로 잘 다듬어져 전체적으로 '유선형 보트'를 연상시켰다. 전통 디스커버리 시리즈 보다는 2015년부터 '외전(外傳)'격으로 선보인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훨씬 더 많이 닮았다.
'세련되고 부드러운' 첫인상과 달리, 올 뉴 디스커버리의 주행 성능은 '강하고 폭발적'이었다.
다양한 오프로드(비포장도로) 노면 환경을 구현한 시험 주행로에 들어선 디스커버리는 40도에 이르는 경사면과 90㎝ 깊이의 웅덩이, 바퀴 한 짝이 허공에 들릴 정도의 요철 도로, 심지어 계단 구조물까지 전혀 힘겨운 내색 없이 통과했다.
랜드로버가 "안정적이고 다재다능하다"고 자랑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의 성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운전자가 오른쪽 아래 다이얼을 돌려 잔디, 자갈, 눈길, 진흙, 모래 등 다양한 노면 상황에 맞는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과 변속기, 섀시(조향장치·서스펜션·제동장치 등) 등은 환경에 가장 적합한 상태로 바뀌었다. 심지어 세부 모델 가운데 퍼스트·론치 에디션의 경우 운전자가 따로 선택할 필요도 없이 차가 알아서 노면을 인식하고 알맞은 모드로 전환한다.
이번 신차에 새로 적용된 기술은 아니지만, 디스커버리의 내리막길 주행조절 장치(힐 디슨트 컨트롤·HDC)와 지능형 전자식 사륜구동 장치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언덕 주행로의 정점에서 가파른 내리막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롤러코스터에 탄 것처럼 무서웠는데, 조수석의 전문 드라이버는 뜻밖에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라"고 말했다. 머뭇거리다 브레이크를 놓자, 차는 곤두박질치지 않고 스스로 제동하며 시속 2㎞ 속도로 부드럽게 내리막을 통과했다.
왼쪽 두 바퀴가 굴림대 위에서 '헛도는' 구간 역시 디스커버리는 스스로 노면과 바퀴 회전 상태를 파악, 나머지 오른쪽에 동력을 몰고 왼쪽 동력 전달을 끊어 무리 없이 직진했다. 겨울철 눈이나 빙판에서 실제로 이 기능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최악의 코스들을 거치면서 내부 소음이 거의 없다는 점도 특이했다. 보통 차체가 크게 뒤틀리면 아무리 SUV라도 지붕(루프) 쪽에서 '삐걱'하는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디스커버리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랜드로버 관계자는 "이번 올 뉴 디스커버리의 차체에 유연하고 가벼운 알루미늄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차체와 에어서스펜션(공기압식 완충장치) 덕에 양평 부근에서 이뤄진 온로드(포장도로) 고속 주행에서도 디스커버리는 세단 못지않은 정숙성과 승차감을 보여줬다.
스마트폰으로 두, 세 번째 줄 좌석을 원격으로 접고 펼 수 있는 '인텔리전트 시트 폴딩', 주차 후 문을 열면 자동으로 차 높이를 40㎜ 낮춰주는 '오토매틱 엑세스 하이트', 트레일러를 매단 상태에서 후진할 때 유용한 '견인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 기능도 매력적이었다.
8년 만에 돌아온 디스커버리는 이처럼 두 세 가족, 친구들과 함께 산과 바다로 레저를 즐기러 다니기에 거의 '완벽한' SUV였다.
국내외에서 전개되는 'SUV 대전'에 당장 뛰어들어도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경쟁력을 갖췄다.
다만 최저 8천930만원(SD4 HSE 모델), 최고 1억790만원(TD6 론치 에디션)에 이르는 가격이 변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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