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제계, 올 주총 화두는 '상담역·고문' 존치 여부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경제계의 주주총회가 29일 피크를 맞는 가운데 일본 기업의 독특한 제도인 '상담역'과 '고문'제도 존치 여부가 올해 주총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NHK에 따르면 일본 유수의 제약회사인 다케다(武田)약품공업의 올해 주주총회에는 사장을 지낸 사람들이 주로 맡는 상담역과 고문에 대해 "경영 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건전한 경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제출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옛 경영진이 현 경영진의 업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다"며 반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한큐한신(阪急阪神)홀딩스, 대형 백화점 다이마루(大丸)와 마쓰자카야(松阪屋)를 운영하는 J프론트 리테일링 등은 올해 주총에서 정관을 바꿔 상담역·고문제도를 폐지했다.
유력 전기기기 메이커인 닛신보(日?紡)홀딩스도 29일 주총에서 상담역·고문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도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상담역과 고문의 업무 내용과 보수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NHK는 정부의 이런 방침이 올해 주총에서 상담역·고문제도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70% 이상이 "상담역"이나 "고문"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5%는 상담역이나 고문이 경영진에게 "지시"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담역이나 고문은 회사법에 규정돼 있는 이사나 감사와는 달리 기업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기업은 이들에 대한 대우 등을 회사 정관으로 정한다.
일본 기업의 상담역이나 고문제도에 대해서는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해외투자자들에게서 제기되고 있다. 조직적인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난 도시바(東芝)의 경우 경영혁신책의 하나로 상담역을 폐지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담역이나 고문이 경영 조언에 그치지 않고 사장이나 임원선임을 비롯한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건전한 기업경영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야지마 히데아키 와세다(早稻田)대학 상대 학술원 교수는 상담역·고문제도에 대해 "사장에서 물러난 다음에는 회장, 그다음에는 상담역이나 고문이 되는 관행은 일본식 장기고용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장 시절 보수가 낮기 때문에 "후불" 형식으로 총액임금을 보전해주는 구조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거래처와의 관계유지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우도 있어 일률적으로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회사의 의사결정에 책임이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밖에서는 알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과 인사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할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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