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차이' 황재균-이학주의 엇갈린 운명
지난해 이학주 옵트아웃 선언 뒤 SF 내야 줄부상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옵트아웃(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FA가 될 수 있는 권리)을 불과 나흘 앞둔 28일(이하 한국시간)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대부분의 선수처럼 5~6월을 옵트아웃 기간으로 설정해 놓았다면 황재균의 운명은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벅찬 가슴을 안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황재균을 보면서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다. 현재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는 유격수 이학주(27)다.
2008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금 115만 달러의 조건에 계약한 이학주는 2011년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된 후 유망주로 부상했다.
2012년에는 유망주 선수 평가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순위 44위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2013년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수비 도중 주자와 충돌해 무릎 인대를 다쳐 수술받은 뒤 내리막을 걸었다.
탬파베이에서 방출당한 이학주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그를 찾지 않았고, 8년여의 마이너리그 생활에 지친 이학주는 지난해 6월 2일 옵트아웃을 행사했다.
공교롭게도 이학주가 그 권리를 행사한 이후 샌프란시스코 내야진들은 줄부상을 당했다.
이학주가 옵트아웃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는 빅리그로 승격돼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었을 것이다.
이학주는 뒤늦게 후회를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황재균과 이학주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어쩌면 그 한 달의 차이에 둘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지도 모른다.
황재균은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3루수로 선발 출전할 계획이다.
부르스 보치 감독은 "황재균이 내일(29일) 3루수로 선발 출전한다"며 "황재균을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백업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의 허리 부상 재발로 극적인 기회를 잡았다.
주전 3루수 에두아르두 누네즈마저 햄스트링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황이라 샌프란시스코는 내야 우타자를 급구했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던 황재균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만약 황재균의 옵트아웃 시기가 6월이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공산이 크다.
황재균은 그토록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옵트아웃 행사일을 다른 선수들보다 한참 뒤인 7월로 설정해 놓으며 배수진을 친 황재균의 기다림이 결국은 보답을 받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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