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6조원 '칠러' 시장에서 '휘센 신화' 재현한다
"100% 국산화가 경쟁력"…중동·동남아 등 해외매출 확대
(평택=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휘센'으로 세계 가정용 에어컨 선두주자로 우뚝 선 LG전자가 대형 상업용 에어컨의 한 종류인 칠러(chiller) 시장에서 글로벌 1위 브랜드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G전자는 칠러 사업을 공조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연평균 10% 이상 성장률을 달성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27일 경기도 평택 칠러 사업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칠러 사업 현황과 전략을 설명했다.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을 열교환기를 통해 순환시켜 대형 건물 등에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냉각 설비다.
해외 공조전문 조사기관인 BSRIA에 따르면 세계 공조 시장은 800억 달러 규모이며 이 가운데 칠러는 세계 청소기 시장 규모와 비슷한 약 140억 달러(약 16조원)로 추정된다.
캐리어(Carrier), 트레인(Trane)과 요크(York) 등 미국계 4개 기업이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의 칠러 매출은 작년 3천500억원으로 LG전자 B2B 공조 사업의 약 2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센추리와 귀뚜라미범양냉방 등이 주요 경쟁사이며 LG전자가 40% 점유율로 1위다.
매출의 절반이 발생하는 해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중동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중동은 365일 24시간 냉방 수요가 있는 가장 큰 공조 시장이다.
최근에는 한국 건설사가 많이 진출해 협업이 가능하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에 공을 들이는 등 해외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주에 있던 칠러 공장을 평택으로 확대 이전하는 데 2천억원을 투자했다.
LG전자는 가정용 에어컨 사업에서 축적한 역량을 기반으로 칠러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물론 관련 기술까지 100% 국산화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칠러의 대형 모터가 회전할 때 마찰을 줄이는 윤활유가 필요 없어 유지 비용이 적게 드는 '무급유'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데 LG전자는 2015년 이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특히 윤활유 대신 냉매 가스가 윤활작용을 하는 '에어베어링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올해에는 자기부상 원리를 이용해 마찰을 줄인 '마그네틱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를 출시했다.
칠러 사업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에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국산화가 중요하다.
LG전자는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의 가격을 수입 제품의 70% 수준으로 낮추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조 설비를 원격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반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어솔루션영업그룹 이상민 상무는 "플러그만 꽂으면 되는 제품이 아니라 설치와 유지보수가 수반되는 사업이라서 의지만 있다고 무조건 들어가지 못한다"며 "LG전자나 파트너사를 통해 인프라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먼저 갖추고 기회가 있으면 입찰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국산화를 통해 확보한 경쟁력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수주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타필드하남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납품했고, 해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칼리드 국제공항과 쿠라야 발전소,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 필리핀 SM몰 등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했다.
특히 쿠라야 발전소는 2012년 트레인과 요크 등 굴지의 기업을 제치고 9만2천288RT(냉동 톤: 24시간 안에 0℃ 물 1톤을 얼음으로 만드는 냉동 능력으로 통상 1RT 용량의 칠러로 8평의 공간을 냉방할 수 있음) 규모의 터보칠러를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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