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있는 척' 중산층의 허위의식 까발리는 연극 '대학살의 신'
남경주·최정원·송일국·이지하 출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프랑스에 사는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놀다 싸움을 벌인다. 결국, 한 소년의 앞니 2개가 부러지고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중산층인 부모들의 이야기는 '교양있게, 이성적으로' 시작된다. '톨레랑스' 같은 단어를 들먹이며 진행되던 이야기는 점점 꼬이기 시작하고, 급기야 네 사람은 유치찬란한 설전을 벌인다.
급기야 각 부부는 부부싸움을 벌이고 남편들끼리, 아내들끼리 서로 편을 들기도 한다. 또다시 아이들 이야기가 등장하자 상황은 험악해진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시작됐던 대화는 결국 육탄전과 욕지거리, 물건 집어 던지기로 이어진다.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대학살의 신'은 아이들 싸움이 부모 싸움으로 번지는 과정을 통해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교양있는 척 행동하던 사람들의 속내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모습에 웃음이 터지고 알 수 없는 통쾌함이 느껴진다.
2011년에 이은 6년 만의 공연은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최정원, 배우 송일국, 이지하라는 베테랑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남경주와 최정원은 가해 소년의 부모로, 송일국과 이지하는 피해 소년의 부모로 출연해 유치찬란한 부모들의 모습을말 그대로 '몸을 던져' 연기한다.
그동안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해 온 남경주와 최정원은 오랜만의 연극 무대에 만족감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정원은 27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누워 있으면 떡을 먹을 수 있지만, 산에 가면 산삼을 먹을 수 있다'는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연극에 대한 갈망을 표현했다.
그는 "2003년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연극에 입문했는데 그때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그 힘든 연극을 다시 하는 이유는 '산에 가서 산삼을 먹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뮤지컬 무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남경주와 최정원은 연극 무대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남경주는 "최정원씨와는 29년간 함께 활동해왔다"면서 "뮤지컬 무대가 아닌 연극 무대에서 만나니 색다르지만 역시 든든하다"고 말했다. 최정원 역시 "그동안 이혼한 부부나 연인 역은 함께 해왔지만 온전한 부부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찰떡궁합으로 부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송일국은 이번 작품으로 '소극장 공포증'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는데 이젠 관객을 만나는 것에 설렌다"고 말했다.
이지하는 "인간의 본성을 유쾌하게 까발리는 연극"이라면서 "1시간 30분의 공연이 배우 네 사람의 입담만으로 이뤄지는 점이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은 7월23일까지 계속된다. 지정석 6만원, 자유석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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