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파문으로 민주당·국민의당 관계 변하나…호남민심이 열쇠
정치권 일각서 민주당의 '국민의당 지지기반 흡수' 가능성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국민의당이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파문으로 창당 후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이번 사건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당체제와 여소야대 구도를 활용해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원내 현안을 놓고 민주당을 견제하면서 존재감을 키워온 국민의당이 이번 일로 수세에 몰리게 됐다는 점에서다.
실제 국민의당이 의혹제보 조작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자 민주당은 "철저한 수사로 배후를 밝혀야 한다"면서 국민의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원의 독자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국민의당이 여권과 대놓고 각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나아가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에서 분리됐고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민주당과 국민의당간 역학 구도 변화 이상의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에서 90% 이상의 지지를 받는 가운데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국민의당의 당세가 이번 일로 크게 약화할 경우 당의 원심력이 커지면서 원내 정치세력의 재편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까지 가게 되면 재편은 당연히 민주당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국민의당 지지기반을 흡수하는 형식으로 국민의당 세력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관건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당 대응과 호남 민심이다.
중장기적으로 국민의당이 쇄신 작업 등을 통해 이번 파고를 넘고 호남의 평가를 받을지, 아니면 지지기반을 상실하면서 무너지는 수순으로 갈지가 이 두 요소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의당과의 관계 변화를 적극적으로 견인할지도 국민의당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일부 나온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호남 민심의 향배를 놓고 정치권의 판단은 엇갈린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로 호남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할 명분이 없어졌다"면서 "민주당 대체재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인사는 "이번 일로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문을 닫으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혁신을 통해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쇄신책을 내놓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양쪽에서 '통합' 발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국민의당에 대해 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비롯해 책임있는 인사들이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긴 하지만, '당 해체' 요구 등 극단적인 공세는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형성된 5당 체제가 무너지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이 가시화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과 여당의 국회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지방선거가 1년 정도 남아 있어 정국구도의 근본적 변화가 부담스럽다는 점도 민주당과 국민의당간 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제약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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