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냐 소방본부냐'…산불 주무기관 변경 논쟁 재점화
"일반화재와 달라…산림청이 체계적 대응해야" vs "결국은 화재…소방본부가 전문"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지난 5월 강원도 삼척과 강릉, 경북 상주의 동시다발 대형산불 발생으로 산불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산불 주무부서로 산림청과 소방본부 중 어디가 적합하냐는 해묵은 논란이 일각에서 다시 제기된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일부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산불 주무부서를 소방본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산불 역시 화재인 만큼 화재 진화가 주 업무인 소방본부가 총괄해야 한다는 논리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산림청은 산불의 특수성, 산림관리와 연계성, 국제적 추세 등을 고려할 때 현행대로 산림청이 산불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런 주장을 일축한다.
◇ 현재는 산림청 주관하에 유관기관 공조체계
현재 산불은 주관기관인 산림청과 지역 산불관리기관(지방자치단체), 국민안전처,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유관기관이 공조해 대응한다.
산불 예방을 위해 산림청이 인화물질 사전제거, 입산통제구역 관리 등을 맡고 지자체나 유관기관은 취약지역 점검과 예방활동 캠페인, 탐방객 계도 등의 활동을 한다.
산림청이 산불경보제와 산불 상황 관제시스템, 산불방지협의회를 운영하고 군사시설 대비는 국방부, 긴급통신망은 미래부, 긴급의료대책은 보건복지부가 맡는다.
산림청이 중앙산불상황실 운영과 진화헬기 통합지휘, 산불전문진화대 투입 등을 담당하고, 지자체가 현장지휘본부를 운영하며 방통위가 재난방송, 소방본부가 민가보호와 구조, 경찰이 주민대피와 교통통제를 한다.
전국의 산불방지 인력은 산불감시원 1만1천명과 산불예방진화대 1만명, 도시·야간·대형산불에 연중 대응하기 위한 광역 특수진화대 247명, 산림청 직원 1천764명과 지자체 산림공무원 6천276명이 있다.
산림청 산하 11개 산림항공관리소에 초대형헬기 3대와 대형헬기 30대, 소형헬기 12대 등 진화헬기 45대를 운영하며 소방헬기 28대, 군 헬기 16대, 지자체 임차헬기 60대 등이 투입된다.
산불지휘차 305대와 산불진화차 1천133대, 산불진화기계화시스템 1천746대도 동원된다.
지난 5월 초 삼척 등 동시다발 산불로 1천㏊가 넘는 산림피해가 발생하면서 산불진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주무부처 변경 논란이 제기된다.
소방본부는 오래전부터 정부 조직개편이 있을 때마다 "화재 진화는 자신들이 전문가이며, 육상지역 재난의 통합관리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로 산불 업무 총괄을 요구해 왔다.
◇ 산림청은 현행 체계 유지 입장 고수
하지만 산림청은 산불이 일반화재와 발생 요인, 확산양상, 진화방법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산림청이 주관하는 현행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불방지는 산림관리→예방→진화→복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입산 금지·등산로 폐쇄, 감시카메라 운영, 방화 수림 조성, 숲 가꾸기 산물관리, 사방댐 등 일반산림사업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산불 예방과 진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산림관리와 연계한 산불방지 비결, 숙련된 현장 진화조직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불감시원 1만1천명과 산불예방진화대 1만명, 영림단 7천500명, 병해충예찰단 1천300명 등을 활용해 산림 인접지에서 인화물질 제거와 입산통제 등 산불위험 예방활동을 하는 것도 산림청이라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 대형산불을 막지 못했지만 최근 10년간 산불 1건당 피해면적이 1.2㏊로 미국의 38.5㏊, 스페인 6.5㏊보다 극히 적은 것도 이같이 체계적인 대응의 성과라고 설명한다.
산림청은 소방본부가 산불업무를 맡게 되면 조림, 숲 가꾸기, 벌채 등 일반적 산림보호 업무와 유리돼 효과적인 산불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불 감시 등을 위해 요충지에 설치된 산악기상망 157곳, 산불 감시카메라 1천448곳, 감시탑 등 지상 장비와의 유기적 운영이 저해되고, 산림 헬기를 소방분야로 이관하면 산림 병해충 방제 등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경북도가 2009년 산불업무를 산림에서 소방으로 이관했지만, 역할분담 미흡과 소방의 전문성 결여 등의 이유로 2011년 대형산불 4건이 모두 경북에서 발생하는 실패를 경험했다는 과거 사례도 제시한다.
결국, 경북도는 2011년 산불진화책임관을 소방본부장에서 산림국장으로 이관하는 등 산불진화 지휘체계를 환원했다는 것이다.
◇ 외국도 대부분 산림부서 담당…소방부서로 이관한 포르투갈 대형산불 발생
산림청에 따르면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산림부서에서 산불업무를 담당한다.
산불방지 패러다임으로 재해방지림 조성 등 생태적 관리가 강조되면서 주관기관이 산림관리 부서로 통합되는 추세다.
미국은 산림청 주관하에 토지관리국 등 7개 부처가 협력하며, 러시아는 산림청 주관에 군과 항공관리대가 돕는다.
중국도 산림청 주도로 공안부가 산불진화를 지원하며, 스페인은 산림청이 산불 예방과 진화, 소방청이 민간 시설보호를 맡는다.
최근 대형산불로 최소 63명이 사망한 포르투갈은 1982년 산림과 산불정책을 분리해 산불진화 업무를 소방청에 이관한 뒤 대형산불 피해가 이어진다.
그리스도 1998년 산불 예방과 진화, 복원과정을 분리해 진화 업무를 소방청에 이관한 뒤 2007년 대형산불로 40만㏊가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방지 체계를 예방과 진화로 이원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산불진화는 전문성과 특화된 시스템을 보유한 산림부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소방본부는 민가보호 등 지원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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