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겹으로 감싼 왕실 유물…조선의 화사한 포장술을 만나다(종합)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시대에는 왕비를 책봉하거나 왕과 왕비·대비 등에게 존호(尊號·덕을 기리며 바치는 칭호), 시호(諡號·죽은 뒤에 행적에 따라 추증하는 칭호) 등을 올릴 때 옥조각에 그 내용을 새긴 뒤 첩(貼)으로 엮은 '옥책'(玉冊)을 만들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보면 옥책 한 첩은 옥조각 5∼7쪽으로 구성됐다. 첩 수는 적게는 2개, 많게는 18개였는데, 보관할 때는 첩을 차곡차곡 포갰다.
조선왕실에서는 무거운 옥조각이 훼손되지 않도록 첩 사이에 작은 솜보자기인 '격유보'를 깔았고, 모두 접은 뒤에는 갑(匣)에 넣었다. 어책갑은 붉은색 칠을 한 내함(內函)에, 내함은 흑칠을 한 외궤(外櫃)에 집어넣어 보관했다. 어책갑과 내함, 외궤는 각각 보자기로 감쌌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옥책을 비롯해 의례용 인장인 보인(寶印), 서책 등을 포장할 때 사용한 유물과 포장을 담당했던 관청인 상의원(尙衣院)을 소개하는 특별전 '조선왕실의 포장 예술'을 27일 개막한다.
전시 개막에 앞서 26일 열린 간담회에서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조선시대 왕실의 포장 기법을 보면 화사하고 격조가 높다"며 "조선왕실이 다양한 물품을 어떻게 포장했는지 살필 수 있도록 전시를 꾸몄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옥책을 쌀 때 사용한 비단보자기가 보존처리를 거쳐 처음 공개되고, 현종의 딸인 명안공주(1667∼1687)의 혼례품을 감싼 검은색 구름무늬 보자기, 봉황 무늬가 들어간 대형 보자기, 책을 포장한 상자 등이 나온다.
이와 함께 영친왕비의 쌍가락지, 장도노리개, 포장용구와 헌종의 후궁인 경빈 김씨(1831∼1907)가 기일에 입는 복식에 대해 궁체로 쓴 책과 이 책을 담은 상자, 잘 포장된 혼례품을 운반하는 장면을 묘사한 의궤, 신정왕후(1808∼1890)의 팔순을 기념해 열린 잔치를 그린 정해진찬도 병풍도 감상할 수 있다.
지하에 마련된 기획전시실에서는 현대 공예작가 24명이 조선왕실의 포장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다채로운 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시대에 포장은 단순한 외피(外皮)가 아니라 내용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도구였다"며 "왕실에서는 포장을 할 때 민간과 구분되는 색과 재질을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의례에서 쓰이는 물품 포장은 '봉과'라는 의식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됐다"면서 "이번 전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왕실의 아름답고 실용적인 포장 예술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이어지며, 7월 13일과 8월 10일에는 조선왕실의 포장과 보자기 등을 주제로 강연이 열린다. 여름방학 기간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활동도 운영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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