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회 가뭄에 해외연수…경비 맞추려 공무원 대거 동반 꼼수
시의원 8명 전원, 공무원 14명 동반 7박 9일 유럽행 '극히 이례적'
시의회 "시의원 1인당 130만원씩 자부담해야 하는데, 확인할 수 없다"
(포천=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도 포천시의회 시의원들이 극심한 가뭄에도 무리하게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나며 부족한 여비를 충당하기 위해 연수단에 공무원을 대거 포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3일 포천시의회에 따르면 정종근 의장 등 시의원 8명 전원은 지난 20일 7박 9일 일정으로 독일과 스위스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선진지 견학 목적의 연수에는 의회사무국 직원 9명과 시청 공무원 5명 등 모두 14명이 함께했다.
의원 해외 연수에 더 많은 수의 공무원이 따라 나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시의원과 공무원 등 22명의 연수 경비는 모두 7천225만원으로, 1인당 328만원이다.
시의원 국외연수 규정상 시의원 1명에게 배정되는 여비는 250만원이다. 여비가 부족하면 해당 시의원이 자부담해야 한다. 이번 연수의 경우 시의원들이 1인당 130만원씩 자부담을 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규정에 따라 5급 사무관 3명은 1인당 389만원, 6급 이하 일반직원은 1인당 368만원이 여비로 배정됐다.
공무원은 5급 사무관은 60여만원, 6급 이하 일반직원은 40여만원이 계획보다 더 많았다.
시의원들이 배정된 예산으로는 여비가 부족하자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하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부분이다.
타 지자체 기초의회의 경우 10명의 시의원이 연수를 가면 공무원 5∼6명 정도가 수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포천시의회 관계자는 "연수를 준비하면서 시의원 1인당 130만원씩 자부담을 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며 "그러나 연수를 준비한 의회사무국 직원이 함께 연수를 떠나 실제 시의원들이 자부담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청 공무원까지 함께 연수를 간 것은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을 격려하자는 차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시의 한 공무원은 "지금까지 포천에서 시의원들이 자부담한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가뭄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외연수를 떠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포천은 가뭄이 극심하지는 않다.
그러나 물 부족으로 농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 특히 포천은 단일 지자체로는 전국에서 가장 양계농가가 많아 지난 겨울 AI에 가장 큰 피해를 봤으며 최근 인근 파주에서 AI가 발생한 상황이다.
한편 김종천 포천시장은 29일 3박 5일 일정으로 벨라루스의 우호도시를 방문한다.
wy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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