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생계부양형' 모델이 초저출산 초래…해결책은 성평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한국 복지체제 현주소' 분석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상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낮고 성별 분업이 불평등한 상황에서 비롯됐으며,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와 정책 기조가 '젠더(성) 중립적'으로 재편돼야 해결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형 복지모형 구축 -- 복지레짐 비교를 통한 한국복지국가의 현 좌표' 보고서는 한국의 가족지원체계가 가족수당 현금지원과 육아휴직, 보육 서비스 수준이 모두 저조한 '남성생계부양형'으로 분류했다.
한국과 함께 남성생계부양형으로 분류되는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나라에서도 여성 고용률과 합계 출산율이 모두 낮아 두 지표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방증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낮고 성별 분업이 불평등할수록, 즉 남성생계부양형 모델이 지속할수록 '저출산 균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가족지원정책은 유교적 가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남성생계부양형 모델에 가깝다.
국가가 아닌 가족에 복지 기능을 맡기면서 불평등이 대물림되고, 전통적인 여성 역할을 강조함에 따라 여성은 지위 약화를 겪고 어머니와 노동자의 역할을 동시에 떠맡는다.
그러나 최근 남성 가장 중심의 전형적 전통 가족 형태가 줄어들면서 맞벌이나 1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일반화하면서 여성의 역할과 위상도 급격하게 변화했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에 조응하는 복지체제를 갖추지 못해 발생한 대표적인 문제가 저출산 위기라는 것이 연구진의 진단이다.
해외에서도 이처럼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이뤄졌으면서도 여전히 여성에게 강한 이중 부담이 가해지고 남성과 기업·사회가 양육과 가사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는 경우 초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출산율과 여성 고용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며 "국가-기업-가족의 전반적인 문화와 정책 기조가 젠더 중립적으로 재편되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 전반의 양극화와 불안정을 해소하는 정책과 제도들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