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기적' 윤덕여 감독 "늦었지만 평양냉면 맛있네요"
"내년 여자 아시안컵 본선에서 월드컵 티켓 꼭 따겠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평양 원정으로 치러진 아시안컵 예선 북한전 승리 후 옥류관을 찾아 평양냉면을 먹기로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조금 뒤늦은 감이 있지만, 대표팀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었다."
지난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예선 때 북한을 제치고 본선행 티켓을 따낸 여자축구 대표팀의 윤덕여 감독은 선수들과 했던 약속을 2개월이 지나 지킨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해졌다.
21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초청을 받아 서울 광화문의 한 북한 음식 전문식당에서 '평양 기적' 뒤풀이를 했던 것.
이 자리에는 윤덕여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일본 고베 아이낙의 홍혜지를 제외한 '평양 원정' 멤버가 거의 참석했다.
정몽규 회장은 북한을 따돌리고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을 확보한 선수단에 고마움을 전했고, 선수들은 불고기 등 푸짐한 음식에 이어 평양냉면을 먹는 것으로 '평양 뒤풀이'를 마무리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4월 요르단 아시안컵 본선을 통과해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출전권을 딸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들에게는 고급 선글라스도 선물했다.
윤덕여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오는 10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까지는 대표팀 소집 일정이 없어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가 쉽지 않고 대표팀도 어떻게 구성할 지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10월 전에라도 소집 훈련을 하고 싶지만, 한국여자축구연맹이 '평양 원정'에 나서는 대표팀을 위해 지난 3월 예정됐던 WK리그 개막을 한 달 미뤄줬기 때문에 시즌 중간 일정을 빼기가 어렵다.
또 주 중에 진행되는 WK리그에는 실업팀의 주전급 선수들 중심으로 출전하기 때문에 윤 감독이 구상하는 대표팀 '세대교체'를 위한 새로운 선수 발굴이 쉽지 않다.
윤 감독은 "대표팀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데다 주목받는 신예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아 대표팀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래도 주어진 여건과 자원으로 내년 아시안컵 본선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두 차례 정도 WK리그 경기장을 찾는 게 요즘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지난 19일에는 잠시 귀국한 대표팀 간판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함께 인천 현대제철과 이천 대교간 경기를 관전했다.
그는 "빡빡한 소속팀 일정 속에서도 대표팀을 위해 평양 원정에 동참했던 지소연 선수가 소속팀의 스프링시즌 우승에 앞장서고 귀국해 반가웠다"면서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며 남은 기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자대표팀은 10월 중순 미국과 친선경기를 위해 다시 모이며 12월에는 동아시안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북한과 리턴매치를 벌인다.
윤 감독은 "대표팀 자원이 제한적인 만큼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을 적절히 조합해 최상의 전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내년 아시안컵 본선에서 반드시 여자월드컵 출전권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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