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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고안된 것이다"…앙리 미쇼의 환각적 글쓰기

'?다 시인선' 1·2권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독자여! 현명한 내 말을 들어라. 쇠테 두른 술통을 향해 기어가, 네 지하실의 가장 깊숙한 곳에 몸을 숨겨라! 항의하는 너의 어렴풋한 메아리조차 내게 이르지 않도록 하라!"

프랑스에서 활동한 시인 앙리 미쇼(1899∼1984)가 20세기 전반의 세계를 재현한 방식은 잔혹과 광기로 뒤덮인 그 시대를 닮았다. 자동기술법 또는 꿈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충동적이고 원초적인 이미지를 출몰시켰다. 그는 초현실주의적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자동기술법이 있고서, 그 결과 문학은 현실에 절대적으로 비순응적인 것이다. 내 생각에 이때의 현실이란, 감각적이고 논리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실제로 미쇼는 메스칼린이나 마리화나 같은 환각제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정형화된 관습과 형식에서 벗어나 내면의 여러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미쇼의 글과 그림은 이성과 광기의 경계에 있다.

최근 번역·출간된 '주기적 광증의 사례'(?다)는 미쇼의 초기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미쇼는 초기작들이 미숙하다며 일생 동안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심지어 초판본을 파기하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문학적 독창성은 초기 작품에 잘 드러난다는 평가다.

"문학은 광인들, 신경쇠약자들, 편집증 환자들, 술주정뱅이들을 알고 있다. 광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광인이 말을 한다. 광인은 미쳤던 동안에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우리는 들었다."

철학·문학에 관한 에세이와 우화, 심지어 '자살노트'라고 이름 붙인 작품까지 장르의 경계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혜순 시인은 "내가 상각하는 앙리 미쇼는 '안팎의 시인'"이라며 "앙리 미쇼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어진 온갖 구획을 날려버리려는 지난한 몸부림을 읽는 것과도 같다"고 말했다.

'주기적 광증의 사례'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시집들을 번역해 소개하는 '?다 시인선'의 첫 책이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극작가인 빈센트 밀레이(1892∼1950)의 '죽음의 엘레지'도 함께 나왔다. 1980년대 소개됐다가 절판된 책을 재출간했다. 최승자 시인이 번역했다. 니카노르 파라, 페터 한트케, 프랑시스 퐁주, 필립 자코테 등의 시집이 계속 나온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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