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셔틀'에 교장 집 화장실 청소까지…학교비정규직의 비애
현장사례 발표회…급식 종사자 노동강도 '100m 달리기' 수준
고장 난 환풍기·공조기 1년 동안 방치… 암·뇌출혈 환자 속출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한여름 체감온도가 70도를 넘고 노동강도는 온종일 '100m 달리기' 수준입니다."
22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학교 비정규직 직종별 현장사례 발표 간담회 주제는 '학교는 비정규직 종합백화점'이었다. 학교 곳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과 울분을 봇물 터뜨리듯 쏟아냈다.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은 50여개 직종 약 38만명에 달한다. 교육공무직원(학교회계직원) 14만1천여명, 비정규직 강사 16만4천여명, 파견·용역 2만7천여명, 기간제 교사 4만6천여명 등이다.
일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급식실, 교무실, 과학실, 도서실, 상담실, 운동장에 이르기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이들이 없으면 학교가 제대로 돌아갈까 싶지만, 처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노동강도가 가장 세고 큰 위험에 노출된 직종은 대부분이 여성인 급식 종사자들이다.
종사자 1인당 급식 인원이 많게는 220명에 달해 업무상 재해를 초래하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가 최근 조사한 '급식실 조리종사자 안전보건 실태조사'를 보면 종사자 대부분이 '빠르게 걷는 수준' 이상의 노동강도를 겪는다고 호소했다.
전체 조사 대상의 67.2%는 '100m 달리기 수준의 힘듦' 상태, 즉 극한의 노동강도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된 노동으로 건강상태도 매우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90%는 목, 어깨, 팔, 허리 등 관절 부위에 통증 같은 이상 현상이 오는 근골격계질환 경험이 있었고, 68%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학교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조사 대상 기간이 1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식 종사자들은 각종 사고와 질환을 항상 달고 산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체급식 조리실에는 각종 화기(火器)와 칼, 가위 같은 위험한 도구가 많고 종사자들은 음식 조리 때 나오는 유해 가스에 장시간 노출된다.
화상과 난청, 열피로, 피부염 같은 직업성 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피부질환 발생률은 주부보다 3.2배나 높다. 조리 과정에서 발암물질 등에도 노출돼 암과 뇌출혈, 뇌경색 등 중병환자도 속출한다.
지난 4월에는 K중학교에서 오래 일했던 조리실무사가 폐암말기 판정을 받았고, 5월에는 이 학교에 현재 근무하는 조리실무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조사 결과 조리실의 환풍기와 공조기가 1년째 고장 난 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비정규직 급식 종사자는 "한여름에도 위생모, 토시, 고무장갑, 앞치마, 장화, 마스크를 착용해 조리 종사자들의 체감온도는 70도를 넘는다"며 "급식실 내 온도 유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급식 종사자들은 또 미끄러짐, 절단, 베임, 찔림 등 사고로 치명적 상처를 입거나 목숨을 잃지만, '교육서비스업' 종사자로 분류돼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어렵게 산업재해 신청을 해도 학교 쪽에서는 개인 실비보험 처리를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저소득 맞벌이 가정 학생을 위한 돌봄 전담사와 교무실무사, 스포츠강사, 특수교육 대상 학생 지원을 위한 특수실무원도 참석해 불안한 고용 지위와 열악한 근무여건, 처우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4∼5년 전까지 교무보조라 불리던 교무실무사(교무행정사)는 이름만 바뀌었다고 했다.
본연의 업무 말고도 차 심부름과 과일 접대, 떡 돌리기 등 허드렛일에 시달리고, "00양, 00야~" 등의 비하적 호칭으로 불리는 등 부당한 대우에는 변함이 없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무실무사가 교장이 이사하는 날 집에 불려가 화장실 등 집 안 청소까지 하는가 하면 교장의 딸 결혼식 청첩장에 붙일 주소 라벨을 만드는 일을 한 사례도 공개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런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오는 30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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