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심어 속도 늦춰"…인터넷 기사 살해범 피해망상(종합)
프로파일러 조사 "인터넷 업체가 고의로 속도 늦춰 주식투자 손실"
경찰 "흉기 미리 보관…마음속으로 범행 준비돼 있던 것으로 추정"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인터넷 속도 점검차 집에 방문한 인터넷 기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된 피의자 A(55)씨가 피해 망상 증상이 있는 것으로 경찰이 분석했다.
경찰은 지난 19일 프로파일러를 동원, A씨를 조사한 뒤 심리 상태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충북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가 A씨를 면담한 결과 "피의자는 피해망상으로 인해 평소 피해자가 근무하는 인터넷 업체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프로파일러에게 '내 컴퓨터만 느리게 하려고 인터넷 업체가 컴퓨터에 칩을 설치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A씨가 범행도구로 사용한 흉기와 관련 "범행 전부터 보관하고 있었고 마음속으로 이미 (범행을 저지르려는)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망상이란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신체나 정신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믿어버리는 정신질환의 하나다.
충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시경 교수는 "객관적인 외부세계와 본인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구분하는 능력을 현실 검증력이라고 하는데 피해망상은 제대로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유도 없이 내 것(인터넷)만 유독 느리다고 주장하는 피의자의 행동 원인에 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며 "은둔 생활이나 혼자 있으면서 외부와의 소통이 없을 때 자기만의 생각이 사실처럼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또 A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관련 "범행 전부터 보관하고 있었다"며 "마음속으로 (범행을 저지르려는) 준비가 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만 "피의자는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다 조금씩 진술을 바꾸고 있어서 아직(계획적인 범행 부분에 대해서는)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사 살해 당시 범행 시간은 3∼5분 정도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인터넷이 느려서 주식 손해를 봤다는 진술도 했다"며 "주식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보자 인터넷 업체와 수리기사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7분께 자신이 머물던 충주시의 한 원룸에서 인터넷 수리기사인 B(52)씨에게 집 안에 있던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원룸에서 홀로 지내면서 사이버 주식 거래를 하며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에 불만이 많았던 A씨는 이날도 속도를 문제 삼아 인터넷 업체에 수리를 요청, 집을 찾아온 B씨에게 서비스 태도가 맘에 안 든다며 갑자기 집 안에 있던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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