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3년 조희연 제안…"고교·사립초도 무상급식해야"(종합)
"고교에도 자유학기제 도입"…외고·자사고 폐지 시사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학생인권 보장 등도 제안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20일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제안'은 다음 달 1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 조희연 교육감이 그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을 망라한 '백서' 성격이다.
이날 공개된 92가지 제안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외고·자사고 폐지'로 풀이될 수 있는 '복잡한 고등학교 체제 단순화'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 함께 자사고 지정·지정취소 시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 동의를 받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
서열화와 사교육 성행, 특권의식 심화 등을 거론하며 고교 체제 단순화를 제안한 것을 두고 서울시교육청이 외고·자사고 폐지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8일 서울외고·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와 특성화중학교인 영훈국제중 등 학교 5곳의 운영성과 평가결과를 발표하고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입장도 함께 밝힐 예정이다.
이날 고교 자유학기제(전환학년 교육)를 제도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을 비롯해 많은 시·도교육청이 고교 전환학년 교육을 시행하거나 추진할 예정"이라며 전환학년 교육 시에는 고교 1학년 대상으로 반드시 운영해야 하는 공통과목(국어·영어·수학·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의 이수단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도록 교육부 고시를 고쳐달라고 요청했다.
또 학생들이 전환학년 교육을 받았을 때 학습사항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주문했다.
교육청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사립초등학교와 국제중은 물론 고등학교로까지 확대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유치원도 학교급식 대상에 포함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교육청은 "사립초나 국제중은 의무교육 대상 학교임에도 예산 탓에 무상급식을 못 했다"면서 "무상급식비 50% 이상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강제조항을 학교급식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공립초와 국·공·사립중학교, 초등인가 대안학교 등에 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다. 예산은 교육청과 서울시, 각 자치구가 부담한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상급식은 교육재정과 연관된 문제로 재정만 확보되면 사립초에도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이 맞다"면서 "현재 고교 무상교육이 논의되는데 무상급식도 (무상교육과) 함께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 이 문제는 새 정부가 우선순위에 배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내 320개 고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하면 약 2천335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학생인권에 관한 여러 제안도 눈에 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인권법'을 제정하거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체벌을 완전히 금지하자고 요청했다.
현행법에는 훈육·훈계 시 '도구·신체를 사용해 학생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써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돼 있다.
이처럼 '신체의 고통'만 법에 적시된 탓에 교육현장에서 간접 체벌이나 언어폭력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게 교육청 판단이다.
교육청은 유치원 영어교육 등 유아를 대상으로 한 선행학습·사교육을 막는 방안도 제안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만 5세 아동의 83.6%와 만 2세 아동의 35.5%가 사교육을 받는다.
교육청은 유치원에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해 유치원이 정식 교육과정에서 영어수업 등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막자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율학교나 자율형공립고교 교장을 공모할 때 대상학교 15%는 교장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교장으로 뽑도록 제한한 규정을 없애거나 비율을 늘리되 교육감이 지역 실정에 맞게 적용하도록 바꾸자는 주문도 내놨다.
또 교장자격연수 대상자를 선발할 때 교감과 마찬가지로 면접을 봐서 자질·역량이 부족한 사람은 걸러내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제안 가운데는 다소 이색적인 것도 있다.
교육청은 유치원도 교육기본법상 학교로 규정된 만큼 일제식 명칭인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자고 주문했다.
또 일반고 학생들을 위탁받아 직업교육을 하는 '직업교육 위탁학교'도 고등학교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직업교육 위탁학교는 수업연한·수업일수·시설 등이 다른 고교에 준해 운영되지만 이름에 고등학교가 들어가 있지 않아 학생들이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이 자녀 학교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 5일 정도의 유급휴가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아울러 내부고발(공익제보)을 한 사립학교교원을 공립학교에 특채할 방안을 만들자는 제안도 내놨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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