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방문 서둔 英 메이…反무슬림 테러현장은 노동당대표 지역구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 대응 여론 뭇매 '교훈'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런던 공공 임대아파트 화재 참사 이후 소극적 대응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새벽 발생한 무슬림을 공격한 승용차 테러 현장 방문을 서둘렀다.
이날 자정을 넘긴 시간 48세 백인 남성이 런던 북부 핀스버리 파크 모스크(이슬람사원) 인근 '무슬림복지센터' 앞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무슬림들을 향해 승합차를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메이 총리는 이날 새벽 4시 희생자를 애도하는 성명을 내놓은 뒤 오전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안보회의를 주재한 뒤 총리실 앞에 나선 메이 총리는 "이번 공격은 무슬림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하고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메이는 무슬림복지센터에서 무슬림 지역 대표 등과 앉아 대화를 나눴다.
앞서 영국무슬림위원회는 이번 공격이 이슬람 포비아(이슬람험오) 공격이라며 모스크들의 경계 강화를 정부에 요청했다.
한 무슬림 남성은 메이 총리에게 무슬림복지센터는 종교와 상관없이 지역 전체의 공동체 장소로 이용됐다고 말했다.
메이는 그렌펠 타워 현장에 늑장 방문한 데다 첫 방문에서 피해자들을 만나지 않고 소방 관계자들만 만나고 돌아간 뒤 거센 비난을 받은 터라 최대한 빨리 현장을 찾으려 했을 것이라고 보수당을 지지하는 일간 텔레그래프는 추측했다.
특히 소방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메이 사진과 메이가 떠난 직후 현장을 찾은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가 실종된 12살짜리 딸을 찾는 한 엄마를 끌어안고 위로하는 사진이 나란히 실려 대조를 보였다.
더욱이 이 사고 현장은 총리직 사퇴를 요구하는 코빈 대표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메이 총리에겐 더욱 부담이다.
이날 아침 공개된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 지지율이 44%로 41%인 보수당을 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총선 이후 처음으로 역전을 당했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몇백m 떨어진 곳에 사는 코빈은 오전 9시께 성명을 통해 "지역구 의원으로서 무슬림복지센터에서 이즐링턴 구의회 의장, 구청장, 경찰과 무슬림 공동체 지도자들을 만났다"고 밝히고 "오늘 오후 핀스버리 파크 모스크 예배에 참석할 것"이라며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지역민과 미디어에 평정을 당부했다.
코빈은 오전에 현장에 나타나 "(노동당) 새벽 4시 무슬림복지센터에서 사디크칸 런던시장과 오랜 시간 대화했고 효율적이고 조율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면서 "직접 통화하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이 테리사 메이와 접촉했고 그녀가 애도를 표했다"고 전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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