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역습" 반도체시장 공세에 국내업계 '화들짝'
대만 정부 "향후 4년간 반도체 부문에 1천500억 투자"
TSMC, 퀄컴 이어 미디어텍 위탁생산 계약 수주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최근 대만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와 수주 활동에 나서면서 '세계 1위'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만측 공세가 파운드리(위탁 생산) 등 일부 분야에 한정돼 엄청난 위기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자칫 우리 업체들의 글로벌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첸량지(陳良基) 대만 과학기술장관은 지난 16일 반도체 설계업체인 파이슨일렉트로닉스의 신규 생산라인 기공식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대만 정부는 앞으로 4년간 반도체산업에 1억3천200만달러(약 1천5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근 IT 업종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자국 반도체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달 초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자국 반도체 산업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주무장관이 구체적 약속을 내놓자 현지 업체들은 한층 고무된 분위기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특히 대만 정부의 이런 지원 약속은 TSMC가 대규모 계약을 따낸 이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이달 초 세계 제2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제조업체인 미디어텍으로부터 7나노미터 공정의 칩 위탁 생산업체로 선정됐다.
이에 앞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 AP 생산업체인 미국 퀄컴도 차세대 7나노 스냅드래곤 AP 생산을 TSMC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0나노 스냅드래곤 AP 생산을 삼성전자에 위탁했으나 7나노 공정은 대만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7용 AP 위탁 생산을 TSMC에 빼앗긴 데 이어 또다시 고객사가 이탈하면서 파운드리 공정 가동에 상당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TSMC가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된 셈"이라며 "삼성전자와 동부하이텍[000990] 등 국내 업체들로서는 일정부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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