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아니네'…인천 고층건물 화재대응 취약 곳곳 노출
국민안전처 안전검점 첫날…"주민 화재대응 훈련 적극 나서야"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국내 고층 건축물 화재안전점검에 나선 국민안전처 중앙소방특별조사단은 19일 첫 점검 대상지인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찾았다.
소방분야 전문가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이날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A 건물(2개 동·지하 5층·지상 60층)을 찾아 화재 대응시설 등 안전대책 전반을 점검했다.
이번 점검은 새벽 1시께 30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상층부로 번지는 상황을 가정해 시행됐다.
건물 관리실 직원은 화재를 알리는 방송을 하는 동시에 주민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며 매뉴얼에 따라 대응을 시작했다.
각 건물에 있는 승강기(건물당 8개)는 모두 화재 발생 층에서 대피하는 주민들이 먼저 사용할 수 있게 자동으로 제어됐다.
평소에 잠겨있는 비상계단 출입문은 주민들이 대피소(20·40층 총 2곳·500명 수용)로 이동할 수 있게 자동으로 개폐됐다. 건물 환경미화원들은 주민들을 대피소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피소에는 제세동기 등 응급치료기가 갖춰지지 않았고 식수를 수도시설에서 충당하는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건물 창문은 미닫이 방식이 아닌 통유리 고정식으로 돼 있어 주민들이 탈출로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나무 등 건물 주변의 조경시설 때문에 에어 매트를 설치할 공간도 여의치 않았다.
조사단은 입주민 4천여 명에 비해 7명뿐인 야간 근무자와 화재대응 훈련에 대한 저조한 주민 참여율을 지적했다.
화재 진압에 나서는 소방 굴절 사다리 차량도 대응 한계치가 20층에 그치는 등 소방장비에 대한 부족함도 아쉬움으로 꼽혔다
신용식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특별조사계장은 "가장 큰 문제는 화재 발생 시 주민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고 주민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라며 "일본처럼 외부 계단을 필수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등 건축법에 대한 보완도 뒷받침돼야 높은 수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점검은 영국 런던의 24층짜리 아파트 화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국내에 불거진 시민 불안감을 불식하고자 마련됐다.
조사단은 이날부터 한 달간 국내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 3천여 개에 대한 점검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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