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베트남戰 기밀 폭로자와 반전시위대 공격 음모"
NBC방송, 워터게이트 45주년 특집보도서 수사 문건 공개…"엘스버그 공격하라"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베트남 전쟁 관련 기밀 문건을 공개한 폭로자와 반전(反戰) 시위대에 폭력을 휘두르려고 했다는 주장이 18일(현지시간) 제기됐다.
미국 NBC 방송은 이날 워터게이트 사건 45주년 특집 보도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주장이 담긴 워터게이트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록을 최초 공개했다.
18페이지 분량의 이 문건은 닉 애커먼 당시 특별검사보가 1975년 6월5일 공화당 선거전략가였던 로저 스톤과의 인터뷰 내용 등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문건에는 광범위한 조사 결과 닉슨 행정부의 공작원들이 1972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반전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모의했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언급돼 있다.
이 시위에는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과정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1971년 뉴욕타임스(NYT)에 유출해 반전 여론을 확산시킨 대니얼 엘스버그를 비롯해 유명 반전운동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시 공격의 타깃은 "장발의 시위자들, 특히 엘스버그"였으며, "단지 엘스버그를 호되게 두들겨 패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다고 문건에 적혀 있다. 스톤은 반전시위에 맞선 친정부 데모에 참가할 젊은 공화당원을 모으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엘스버그에 대한 공격 음모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는 닉슨 정부의 공작원들이 엘스버그의 폭로를 흠집 내기 위해 그의 의료기록을 훔친 것 이상의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NBC는 보도했다.
NBC에 따르면 엘스버그는 회고록에서 "1972년 5월 백악관이 쿠바계 미국인 CIA 요원들을 마이애미에서 워싱턴으로 불러 나를 무력화하기 위해 내가 참석했던 집회를 방해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몰래 설치하려다가 적발된 쿠바계 미국인 버나드 바커를 비롯한 9명의 마이애미 출신 동료들이 반전 시위를 폭력 사태로 몰고 가려 했고, 닉슨 대통령의 특별고문을 지낸 찰스 콜슨 백악관 보좌관이 그 배후에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워터게이트 특검팀도 콜슨 보좌관이 이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콜슨 보좌관은 엘스버그의 의료기록 도난 사건에 관한 사법방해 혐의만 인정하고 반전시위대를 겨냥한 폭력 음모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시위대 공격 음모는 증거 불충분으로 결국 기소되지 않았다.
애커먼 전 특검보는 이날 MSNBC 방송에 출연해 "사람들은 워터게이트를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한 사건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톤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닉슨 행정부가 엘스버그에 대한 피해망상을 갖게 된 것은 헨리 키신저 때문"이라면서 "그(키신저)가 '엘스버그는 변태다. 그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녹음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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