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초과달성' 김호철 배구대표팀…22년 만에 승률 5할 돌파
5승4패로 월드리그 2그룹 6위…이강원·정지석·박주형 '깜짝 활약'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물음표를 가득 달고 출범한 '김호철호'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여정을 마쳤다.
김호철 감독이 이끈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12개 팀 중 6위에 올랐다.
최하위만 면하면 도달하는 '2그룹 잔류'를 목표로 했던 대표팀은 5승 4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둬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 남자배구가 월드리그에서 승률 5할 이상을 달성한 건, 199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국은 김세진, 신진식, 하종화, 마낙길, 박희상 등 역대 최고 멤버로 대회를 치러 6승 6패를 거뒀다.
월드리그가 대회 규정을 자주 변경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22년 만의 최대 성과'라는 수식어는 전혀 과하지 않다.
더구나 이번 대표팀은 문성민(현대캐피탈), 전광인, 서재덕(이상 한국전력), 김학민(대한항공) 등 V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주포들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조직력으로 버텼다.
2017월드리그에서 거둔 5승 중 4승이 풀세트 접전 끝에 따낸 승리다. 한국은 전력 열세 속에서도 당차게 싸웠고, 5승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가 낳은 스타는 이강원(27·KB손해보험)이다.
이강원은 소속팀에서도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공격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 한국 대표팀 주포 역할을 했다.
9경기에서 125득점을 해 이 부문 2그룹 전체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브 리시브가 뛰어난 정지석(22·대한항공)은 허리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안정된 수비를 선보였다. 공격에서도 75득점으로 '제2 공격수' 역할을 했다.
박주형(30·현대캐피탈)의 공수 맹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박주형은 강타와 연타를 섞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70득점을 했다.
이강원이 주춤할 때마다 분위기를 바꿨던 최홍석(29·우리카드)도 숨은 주역이었다.
송희채(25·OK저축은행)는 이번 대회 최대 고비였던 터키전 5세트에서 연속 5득점을 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박상하(31·삼성화재)와 이선규(36·KB손보), 신영석(31·현대캐피탈)은 한국의 약점인 높이를 메우며 중앙에서 분투했고, 리베로 부용찬(28·삼성화재)과 오재성(25·한국전력)의 수비도 눈부셨다.
젊은 세터진 이민규(25·OK저축은행), 노재욱(25·현대캐피탈), 황택의(21·KB손보)도 번갈아가며 경기를 조율했다.
한국 대표팀은 신나게 싸웠다.
'판'을 벌린 건, 명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 즐거운 배구를 하도록 돕겠다"며 "내가 이 자리를 떠난 후에도 2017년 대표팀이 만든 틀 위에 새 사령탑이 새로운 것을 얹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김 감독은 팀이 위기에 빠져도 "괜찮아, 더 즐겁게 해"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곳곳에 젊은 선수들을 포진해 세대교체 기틀을 마련했다.
5승이란 구체적인 성과 속에 보이지 않는 결실도 가득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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