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기 KIA 적응기 "광주 분들이 아직 못 알아보시던데요?"
4월에 SK서 트레이드…"KIA 정규시즌 우승에 힘 보태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광주 분들이 아직 못 알아보시던데요? 제가 좀 더 열심히, 잘해야 할 거 같아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외야수이던 이명기(30)는 지난 4월 7일 뜻밖의 통보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KIA 타이거즈와 4 대 4 트레이드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소식이었다. 2017시즌이 개막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이었다.
이명기는 18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당황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인천에서 태어나 평생 인천에서 야구 했다.
2006년 꿈에 그리던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2015년 확실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17시즌을 앞두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바로 다음 날 빠졌고, 2군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던 중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다.
이명기는 "잠깐 멍해졌지만, 오랫동안 그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며 "마음을 정리해서 1초라도 빨리 새 팀에 적응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곧바로 KIA 1군에 합류한 이명기는 4월 한 달간 타율 0.373(67타수 25안타)을 기록, 광주 야구팬들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명기는 타격 감각이 급상승한 데 대해 "원래 사이클이 있는데, 올해는 스프링캠프에서 안 좋다가 4월 들어 올라온 것 같다"면서 "특히 김기태 감독님이 잘 대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유독 김 감독 얘기를 많이 했다.
"워낙 카리스마 있으신데, 나랑 (김)민식이 등은 트레이드돼 왔기 때문에 특히 신경 써주시고 좋은 말만 해주셨다"는 게 이명기의 설명이다.
5월 12~14일에는 고향 인천에서 친정팀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치렀다.
이명기는 "감회가 새롭더라. 시합 전에는 옛 동료들과 담소를 많이 나눴다"며 "그런데 막상 시합에 들어가니까 희한하게도 특별한 느낌이 없더라"고 말했다.
인천은 이명기의 영원한 고향이지만, 이제 새 야구 인생을 펼쳐야 하는 곳은 광주이고 우승에 보탬이 돼야 하는 팀은 KIA다.
그는 "지금 소속팀이 우선이다. 나와 KIA가 잘 되는 게 현재 나한테는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복으로 갈아입으면 광주 시민들이 자신을 못 알아보더라면서 좀 더 분발해야겠다며 껄껄 웃었다.
이명기는 지금까지 KIA 소속으로 55경기에 나서 타율 0.332(220타수 73안타), 32타점, 29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98을 기록 중이다.
5월 타율은 0.268로 주춤했지만 6월 들어 0.393으로 다시 살아났다.
그는 "생각보다 결과가 잘 나와서 지금은 재미있고 마음 편하게 하고 있다"며 "KIA가 일차적으로는 정규시즌에서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ksw0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