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인 시위 인권위 공무원 징계 부당"…징계취소 판결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황재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계약직 조사관의 계약 연장을 거부한 데 반발해 인권위 공무원들이 벌인 릴레이 1인 시위에 대한 징계는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이 2011년 직원 11명에게 내린 징계 처분이 7년 만에 취소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김모(56)씨 등 인권위 공무원 11명이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낸 정직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징계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권위가 2011년 9월 김모씨 등 11명에게 한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1년 2월 인권위가 당시 인권위 노조 부지부장이었던 계약직 조사관 강모씨에 대한 계약 연장을 거부하자 이를 비판하며 차례로 1인 시위와 언론 기고를 했다.
인권위는 이런 행동이 공무원의 집단행위금지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어겼다며 같은 해 9월 이들에게 각각 1개월 정직 또는 1∼3개월 감봉의 징계를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의 행동에 대해 "후행자가 선행자에 동조해 같은 행위를 각각 한 데 불과하므로 집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동기도 공익에 반하는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일과시간이 아니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1인 시위를 한 만큼 직무전념의무를 어긴 것도 아니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의 행동이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해 징계사유가 된다는 원심판결은 유지했다.
공무원이 외부에 상사를 비판하는 의견을 발표하는 것이 행정조직의 개선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에게는 행정청 내 갈등으로 비쳐 공직사회의 신뢰를 실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정직 1개월 또는 감봉 1∼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고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앞서 1·2심은 집단행위 금지의무 위반과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모두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의 행동이 집단행위 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중 한 사람은 이번 판결에 대해 "늦게나마 이런 판결이 나와 다행"이라며 "인권위가 판결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고 측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인화의 최호웅 변호사는 징계 처분을 취소한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공무원이 소속 기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런 행동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법원의 태도는 지난해 국정농단 등 사태에 비춰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논평했다.
인권위는 판결에 재상고하지 않고 파기환송심 판결을 받아들여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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