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유언장 조작설까지…'막장' 치닫는 싱가포르 총리家 갈등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리셴룽(李顯龍·65) 현 싱가포르 총리와 형제들 간의 갈등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아버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유언장 조작설까지 나오면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정치가문의 '진흙탕' 싸움이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16일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아버지 리콴유 전 총리의 유언장을 작성하는 과정에 남동생인 리셴양(李顯陽·60)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의 부인이자 로펌 대표인 리수엣펀(59) 변호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리 총리는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제수가 부친의 최종 유언장을 작성하는 일에 관여했다. 이는 이해상충 등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부친이 유언장에 최종 서명하기 전에 적절하고 독립적인 조언을 받았는지에 대해 매우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2015년 92세를 일기로 타계한 부친이 '사후 우상화 가능성을 우려해 자택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고 헐어 버리라고 했다'는 유언 내용이 부친의 의지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리 총리는 "아버지가 이런 유훈의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이 문구는 2011년 8월에 작성된 첫 유언장에 등장하는데, 5∼6번째 유언장에서는 사라졌다가 최종본에 다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제수는 급조된 최종 유언장 준비를 도왔으며 이후 2명의 변호사를 보내 병석에 있던 아버지에게 서명하도록 했다"며 "당시 변호사들은 15분간 머물면서 아버지에게 유언장 내용에 관해 설명하지 않고 서명의 증인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택에 관한 아버지의 진정한 생각과 바람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만큼 아버지의 최종 유언장 작성과 서명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의 이날 성명은 남동생인 리셴양과 여동생 리웨이링(李瑋玲·62)의 주장을 강력하게 반박한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리 총리가 집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이 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전날 페이스북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는 리 총리가 "아버지를 우상화하는 수법으로 '리콴유 왕조'를 만들고, 아들인 리홍이(李鴻毅·30)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 우리는 그를 형제로서도 지도자로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 리 총리는 일련의 '집안싸움'이 벌어진 경과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형제간의 분란은 지난 2015년 4월 12일 부친의 최종 유언장이 낭독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남동생인 리셴양이 부친의 유지에 따라 자택을 즉각 허물 것을 주장했지만, 여동생인 리웨이링이 이 집에 거주하겠다고 주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6번째 유언장에는 자택을 비롯한 유산 배분 문제에 있어 자신에게 더 많은 비중이 있었지만 최종본에는 3남매 간 배분 비율이 같아졌으며, 이런 상황을 동생의 부인이 지난 2013년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알게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배를 받던 1959년 자치정부 시절부터 독립 이후 1990년까지 총리를 지내면서,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부국으로 건설했다는 평가와 함께 국민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의 장남인 리셴룽 총리는 2004년 취임 이후 강력한 리더십으로 싱가포르를 선진국 대열에 올려 놓은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10여년간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형제들과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명성에 타격을 받았다.
특히 유명 신경외과 의사이자 국립 신경과학연구소 자문역인 여동생 리웨이링은 오빠가 아버지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하고 '왕조'를 만들어 권력을 세습하려 한다는 비판에 앞장을 서왔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