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17주년] 남북관계 복원 언제 가시화되나
6·15 이후 교류확대 8년 뒤 北도발 등으로 보수정권 9년간 내리막길
文정부, 6·15선언 존중…민간교류 시작으로 관계 회복 기회 모색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백나리 기자 = 남북의 정상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만나 '화해와 협력의 한반도'를 선포한 6·15공동선언 17주년이 다가왔다.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에 나란히 서명했다.
이후 남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의 폭을 넓히며 본격적인 화해협력의 시대로 나아갔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남한에서 보수정권이 출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본격화되면서 남북관계는 내리막길로 접어들더니 지금은 대화를 위한 통신선까지 끊기며 사실상 완전히 단절됐다.
6·15공동선언 등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정부는 민간교류를 시작으로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엄중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행보에 한계가 있는 데다, 북한도 남쪽을 향해 외세를 추종하고 있다는 비난을 하며 민간교류에 호응하지 않아 남북관계 회복이 쉽지는 않은 형국이다.
◇ 6·15 이후 교류확대 8년·北 도발 등으로 내리막길 9년
6·15공동선언은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남측 연합제와 북측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 인정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조속 해결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교류·협력 활성화 ▲당국 간 대화 개최 등 5개 항으로 구성됐다.
남북은 6·15공동선언 이후 적십자 회담과 장관급 회담, 국방장관 회담 등 다양한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지원, 각종 사회문화 사업 등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교류 협력의 시대로 진입했다.
또 개성공단이 시작되고 금강산관광도 본격적인 중흥기를 맞았으며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진행되는 등 경제협력 사업도 활성화됐다.
물론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으로 불거진 2차 북핵 위기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등 북핵 문제가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지만, 교류와 협력의 확대라는 방향성은 잃지 않았다.
그 결과, 남북은 2007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총론 성격의 6·15공동선언을 구체화한 10·4정상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때를 정점으로 남북관계는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2008년 2월 취임한 이명박 정부는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도 없다는 '비핵·개방·3000'을 대북 기조로 정하고 북한을 압박했다.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등으로 위태롭던 남북관계는 2010년 3월 터진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대북제재로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를 차단하는 5·24 조치가 시행되면서 크게 후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지지부진하던 남북관계는 북한이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로켓 발사 등 대형 도발에 잇따라 나서면서 마지막 보루라던 개성공단까지 전면 중단되면서 단절 상태에 이르렀다.
◇ 6·15 계승 천명한 文정부…관계복원 언제 가시화되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햇볕정책과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다. 공약집에도 6·15공동선언을 7·4공동성명, 10·4정상선언 등과 함께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도 남북관계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엔 대북제재와 관계없는 민간교류를 시작으로 남북관계 복원의 실마리를 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대북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를 위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이 잇따라 승인됐다.
민간교류 활성화를 통해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당국 간 대화의 기회도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깔렸다.
하지만 북한의 생각은 달랐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와 이에 동참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들 단체의 지원 및 방북을 모두 거부했다.
그러면서 6·15공동선언부터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일 '북남관계 개선의 출로는 6·15 공동선언 이행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6·15 공동선언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의 기초이고, 북남관계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9년간 남북이 대립과 반목을 거듭한 만큼 반전의 계기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서두르지 말 것을 조언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14일 "남북 간에 입장차이가 크니 성급하게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서두를 필요는 없다"면서 "남북관계 복원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외교·안보진용부터 정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도 "지난 9년간 남북관계가 악화하고 북핵을 비롯한 국제적인 환경도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며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전략부터 짜야 한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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