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에 강진까지…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비상사태 선포(종합)
1명 사망·15명 부상…난민촌은 무사·관광산업 타격 우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전쟁을 피해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건너온 난민들이 넘쳐나며 신음하고 있던 차에 강진까지 덮친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비상 사태가 선포됐다.
그리스 당국은 13일(현지시간) 규모 6.2의 강진이 강타한 레스보스 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본격적인 피해 산정과 복구 작업에 나섰다.
레스보스 섬은 12일 오후 터키 서부 에게해 일대에서 일어난 지진의 직격탄을 맞으며 진앙과 가까운 남부 브리사 일대에서 가옥이 붕괴하고, 도로가 끊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와중에 마을의 잔해 더미에서 40대 여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15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도 속속 집계되고 있다.
그리스 국영 ANA 통신에 따르면 진앙과 가까운 브리사는 마을의 절반 가량이 크게 손상되고, 오래된 석조 주택 수십 채가 무너져 내리는가 하면 도로 곳곳이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구조 당국 관계자는 "브리사 마을의 주택 70∼80%가 붕괴하는 등 광범위한 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레스보스 섬 다른 지역과 인근 키오스 섬의 일부 주택도 파손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구조 당국은 이 일대 주민 800여 명을 인근 체육관, 호텔 등으로 대피시키는 한편 이재민들에게 임시 텐트 등을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강진 후 최대 규모 4.6에 이르는 여진이 약 25차례 잇따르는 등 강력한 여진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자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주택 밖에서 머물 것을 당부하고 있다.
레스보스 섬과 인근 키오스 섬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 지역에서 탈출한 난민 8천여 명도 머물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한 난민촌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맺은 난민 송환 협정 이후 그리스행 난민 수는 크게 줄었으나, 서유럽으로 향하는 발칸 루트가 차단된 여파로 레스보스 섬과 아테네 등 그리스 전역에는 현재 6만여 명의 난민이 발이 묶인 채 정원이 초과된 열악한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난민 대량 유입으로 인해 이미 주요 업종인 관광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그리스 에게 해 일대 섬들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엎친 데 덮친 격' 식으로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관광객 수가 더 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 에게 해 일대와 터키 서부 마르마라 해는 세계적으로 강진 우려가 큰 곳으로 꼽힌다.
1999년 8월에는 터키 북서부 이즈미트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나 1만7천여 명이 숨졌고, 한 달 뒤에는 그리스 아테네 일대를 규모 5.9의 지진이 덮치며 143명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서도 터키 서부 에게 해 연안에서는 최대 규모 5.5의 지진을 비롯해 상당 규모의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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