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피인용횟수 조사…컴퓨터·재료과학·화학·공학서 추월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경제와 외교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미국과 경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진흥기구가 주요 8개 분야 과학연구논문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컴퓨터과학 등 4분야에서, 미국은 물리학 등 4분야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일 전했다.
중국이 과학 분야에서도 '굴기'(堀起·우뚝 일어섬)를 통해 미중 2강(G2)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낳는다.
과학기술진흥기구는 세계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피인용 횟수가 상위 10%에 들어간 논문을 중심으로 주요국 영향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5년을 기준으로 중국은 컴퓨터과학, 화학, 재료과학, 공학 등 4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물리학, 환경·지구과학, 기초생명과학, 임상의학 등 4개 분야가 1위였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 연속 생리의학상 등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안팎에서 세계적인 과학 수준을 과시했던 일본은 각 분야에서 5~6위 수준에 머물렀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중국 약진의 상징은 컴퓨터과학이다.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3%에서 2015년 21%로 급성장했다. 특히 안전보장과 관련 있는 슈퍼컴퓨터는 중국이 맹위를 보였다.
2000년에 중국은 컴퓨터과학이 미국의 20분의 1 수준에 그쳤었지만 이후 급성장, 특히 슈퍼컴퓨터에서는 2013년부터 중국제품이 세계 1위를 계속 차지했고 작년에는 1~2위를 독점했다.
미국의 독보적인 분야로 여겨지고 있던 물리학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맹렬하다. 이 분야에서 미국의 논문 피인용 비중은 26%, 중국은 20%로 조사돼 턱밑까지 미국을 추격했다.
중국의 약진에 대해 니혼게이자이는 "60억달러(약 6조7천7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가속기를 건설하기도 했다"면서 "최첨단 소립자물리학도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과학의 급성장 배경으로는 풍부한 자금과 인재 유치 전략이 거론됐다. 연구비는 2000년께 관민을 합해도 5조엔이었지만 2014년에는 38조엔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18조∼19조엔인 일본의 2배이고, 1위 미국(46조엔)에도 육박한다. 선진국에서 배운 중국인 연구자를 귀환시키고 있는 것 외에 유학이나 파견을 통해 해외 연구 인력과 단단한 인맥을 구축했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 이토 유코 연구원은 "중국이 많은 분야에서 미국을 제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라고 평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학예산을 대폭 줄일 방침이기 때문에 앞으로 과학 분야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더 커질 것 같다고 봤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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