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바렌보임, 이스라엘 팔' 점령 맹비난
"팔' 점령으로 인간성과 도덕성, 품위 상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유대계이지만 평소 이스라엘 우파의 팔레스타인 점령정책을 비난해온 피아니스트 겸 원로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다시금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요르단 강 서안 지역을 점령한 지 50년을 맞은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정책을 비난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렌보임은 지난 11일 자신과 팔레스타인 지식인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난 1999년 공동 창설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서안 지역 라말라를 방문, 공연을 한 후 점령 50년째를 맞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에 동감을 나타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국가가 들어설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지난 20세기 동안 박해를 받아온 자신과 같은 유대인들로부터 모든 의미의 품위와 인간성, 도덕성을 잠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 정부기관에 대한 그들의 국제적인 보이콧 촉구 요청을 "절대적으로 이해할만하다"고 동조했다.
바렌보임은 "점령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재앙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에도 매우 부정적"이라면서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유대인들이 겪은 역사적 박해와 현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상황을 동등한 것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동일 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바렌보임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50주년을 맞아 아직도 전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해 팔레스타인 측과 이스라엘 좌파진영이 자성에 접어든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바렌보임이 사이드와 공공 창설한 웨스트-이스턴 오케스트라는 팔레스타인 젊은 음악가 육성 및 민족 간 화합을 목표로 이스라엘과 아랍 기타 민족 음악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스라엘인들이 주도하는 문화행사가 팔레스타인 당국의 관장 아래 점령지역에서 열리는 것은 아주 드문 일로 이러한 행사는 그동안 '평화협정 없이 현 (점령) 상태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측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팔레스타인 일부 행동가들은 또 웨스트-이스턴 오케스트라에 병역의무를 마친 이스라엘인 연주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점령지역 내 공연에 반대해왔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 국적을 지닌 바렌보임은 독일 베를린에 살고 있으며 2008년에는 팔레스타인 시민권도 획득했다.
아동 연주자들도 포함된 웨스트-이스턴 오케스트라는 이날 에드바르트 그리그의 페르귄트와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을 연주했다.
바렌보임이 점령지역 서안을 방문해 공연을 하기는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011년에는 유럽 음악인들을 이끌고 가자지구에서 평화콘서트를 가진 바 있다.
흰색 옷차림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바렌보임은 "내 혈관에는 유대인의 피가 흐르지만 내 심장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피를 흘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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