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항공 "미국이 걸프위기 부채질"…유엔기구 개입 촉구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미국이 걸프국에서 불거진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또 터져 나왔다.
카타르항공의 아크바르 알바케르 사장은 12일(현지시간)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며 "극도로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우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웃 걸프국가들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하며 카타르 국적기의 영공 진입을 막은 데 따른 불만이다.
카타르항공은 단교 사태로 18개 노선이 타격을 받았고, 도하 공항의 면세점 수입도 이전보다 25% 정도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자국 관리들이 만류했음에도 걸프국들의 결정을 지지해 카타르의 원성을 샀다.
알바케르 사장은 "미국은 봉쇄조치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국이 돼야 한다"며 "수수방관하면서 실제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카타르 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사 가운데 하나이고 걸프 지역에서 그 브랜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알바케르 사장은 이웃국으로 가는 항로가 끊어진 것은 국제법규 위반이라며 유엔 산하 기구의 개입을 촉구했다.
그는 UAE와 바레인이 조인한 '민항기의 운항에 관한 항공자유화협정'(시카고 협정)에 위배된다며 협정을 관리하는 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걸프국들의 항로 차단을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AO에 진정할 채널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바케르 사장은 "항공사 사무실을 폐쇄한 것도 졸렬한 행위"라며 "항공사 사무실은 정치 조직이 아닌데 우리는 범죄 조직처럼 폐쇄돼 탑승객들에게 환불도 못해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카타르항공은 경영 위기를 걸프 지역 외에서 24개의 노선을 확대해 타개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알바케르 사장은 "그동안 여력이 되지 않아 정기 노선을 운영하지 못했던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18개 노선을 운항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바케르 사장은 단교 사태에 따라 자사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츠 항공과 에티하드항공도 매출이 줄었다며 이 두 기업도 표정을 관리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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