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직 고수 메이, 당내 사퇴압박에 정면 돌파(종합2보)
차기총리감 존슨 외무, 메이 총리 지지 표명
보수당 의원모임서도 '사퇴해야' 의견 안 나와
주요 장관 유임과 '정적' 기용으로 회유 시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총선 참패에도 소수정부를 이끌겠다며 총리직고수를 선언한 테리사 메이 총리가 당내 사퇴압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일단 당내에선 사퇴요구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메이의 총리직 유지가 받아들여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모습이다.
메이 총리는 11일 강경 브렉시트파 마이클 고브 전 법무장관을 환경식품농업장관에 지명하는 등 개각 작업을 이어갔다.
고브는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과 함께 브렉시트 진영을 이끈 인물로 지난해 당대표 경선에서 막판에 출마를 선언하는 '배반극'을 벌였던 인물이다. 메이는 총리에 취임하자 그를 내각에서 축출했다.
앞서 메이는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9일 브렉시트 협상 영국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과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앰버 러드 내무장관,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등 주요 장관을 유임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메이는 개각과 관련해 "보수당 전체에 걸쳐 재능과 경험을 갖춘 이들로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장관 유임과 고브의 기용은 총선 참패로 총리직 위기에 내몰린 메이가 당내비판세력을 다독이려는 인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보수성향 일간 더타임스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기존 입장을 완화하라는 압박에 직면한 메이 총리가 보수당의 '내전'을 모면하기 위해 '적수'인 고브 전 장관을 데려왔다고 진단했다.
유력한 차기 총리감으로 꼽히는 존슨 외무장관은 이날 메이 총리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보수성향 더 선에 낸 기고에서 "테리사 메이에게 물러나라고 말하고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고 말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는 '정신 바짝 차리라'고 말한다"며 "테리사 메이는 우리가 약속했던 것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일을 계속할 적임자
라고 말했다.
메이는 12일 오후 보수당 원내그룹인 '1922 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각료가 아닌 보수당 하원의원 전원이 참여한 이 모임에서 메이 총리에 대한 반발이 어느 정도로 표출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한 참석자는 "총리가 '나는 우리를 이런 엉망인 상태로 빠져들게 한 사람이고 우리를 여기서 빠져나가게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또 "'우리가 원하는 한 자신은 총리로 일할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고 했다.
이날 자리에선 메이에게 사퇴하라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앞서 그래엄 브래디 1992 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저녁 BBC와 인터뷰에서 당대표 경선이 총선 재실시로 이어질지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이 시점에 국민들 사이에 재총선을 바라는 욕구는 제로라고 생각한다. 제멋대로인 보수당 대표 경선에 관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엄청난 불확실성을 추가하려고 하는 의원들의 욕구는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보수성향 일간 더선은 영향력 있는 보수당 원로들이 유럽연합(EU)이 영국의 총선 결과를 활용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가는 것을 막는 한편 현 시점에서 차기 당대표 선거를 치를 경우 총선 재실시와 노동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일단 단기적으로는 메이 총리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메이가 당내 사퇴압력을 어느 정도 진화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과반의석을 내준 총선 참패는 치유하기 어려운 리더십의 상처라는 당내 정서가 남아 있는 한 총리직을 1년 이상 이어가긴 어렵다는 전망은 누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메이 대변인은 총선 참패로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드리워진 것과 관련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에 관한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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