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 자리주는 곳 아냐"…'검찰의꽃' 검사장 축소 임박
안경환 '법무부 비검사화' 강조…법무-검찰 '분리' 본격 추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고동욱 기자 =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최우선 과제로 '법무부 탈검사화 실현'을 제시했다.
검사들이 법무부 고위 간부 자리를 독식하던 오랜 관행이 깨지면서 자연스럽게 '검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검사장 자리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자는 11일 내정 직후 기자들에게 돌린 '소감문'에서 "법무부의 탈검사화 등 (문재인) 대통령님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아직 현안 파악 등을 이유로 장관 취임 이후 업무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으면서도 유독 '법무부 탈검사화' 의지만은 숨기지 않은 것이 눈길을 끈다.
법조계에서는 67년 만에 사실상의 첫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안 후보자가 내정 일성으로 '법무부 문민화'를 강조함에 따라 취임 직후 단행할 법무부 실·국장급 간부 인사부터 기존 인사 관행 혁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그간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검찰 외에도 인권·교정·범죄예방·출입국 등 다양한 법무행정 분야를 관장하는 법무부 간부들을 '만능 행정가'마냥 검찰 고위간부들이 독차지하는 인사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현재 법무부 9개 실·국 간부 중 검찰을 관리·감독하는 검찰국장은 물론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검찰국장, 범죄예방정책국장, 출입국본부장, 감찰관, 인권국장이 모두 검사장 및 차장검사급 검찰 간부들이다. 법무부 실·국·본부장 중 검사가 아닌 이는 교정본부장 단 한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변인실의 경우 실장 체제가 아니어서 대변인(부장·차장검사급)이 이끈다.
이 같은 '검찰 독식'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참여정부 민정수석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줄곧 이런 법무부의 '검사 점령' 현상을 대표적인 검찰개혁 과제로 거론한 바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1년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펴낸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법무부가 검사들에게 고위직 자리를 보장해주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며 "법무부 인력을 검사가 아닌 법률 전문가로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사들을 법무부 핵심 보직에서 배제하면 현재 검찰총장을 포함해 49개에 달하는 검사장 자리는 최대 40개 안팎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미 문 대통령은 2005년 이후 고검장급이 보임됐던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검사장을 임명하면서 지검장급으로 보직의 직급을 낮췄다.
이에 따라 검사장급이 보임하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자리도 차장검사급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후속 인사를 통해 검사장급 자리가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무부 문민화'는 단순히 검사장급 간부 축소를 통한 특권 내려놓기 차원이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중대 개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상호 견제기구로 자리 잡아야 할 법무부와 검찰이 부적절하게 '한 몸'으로 얽혀 검찰을 견제하면서 지휘·감독해야 할 법무부는 제 기능을 못 하고, 검찰은 쉽사리 정치권력과 부적절한 공생 관계에 빠진다는 것이다.
내사 대상이던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이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연루된 '돈 봉투 만찬' 사건은 검찰 기수로 얽힌 법무부와 검찰의 '공생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도 나왔다.
안 후보자는 취임 이후 법무부 문민화를 추진하기 위해 본격 인사에 앞서 기조실장, 검찰국장, 법무실장, 범죄예방국장 등 핵심 실·국 간부에는 검사만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대통령령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참여정부에서도 한 차례 추진을 시도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난 '법무부 문민화'가 새 정부 들어 '외부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 후보자 '콤비'가 이끄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속에 관철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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