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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피 흘리는 국민 위해…'베네수엘라가 보여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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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피 흘리는 국민 위해…'베네수엘라가 보여준 기적

반정부 시위로 70여명 사망…희망 안긴 선수들의 질주











(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베네수엘라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굶주림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베네수엘라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무려 3경기 연속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결승에 진출해 잉글랜드와 결승전에서 0-1로 석패했다.

비록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베네수엘라 U-20 대표팀은 자국민은 물론, 많은 축구팬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사실 베네수엘라는 축구 변방국이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에 소속된 국가 중 유일하게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현재 진행 중인 2018 러시아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도 1승 3무 10패 승점 6점으로 10개 팀 중 최하위에 처져있다.

유명한 선수들도 없다. 그나마 주장 양헬 에레라(뉴욕시티)와 스트라이커인 아달베르토 페냐란다(말라가)가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FIFA랭킹 58위로 한국(43위)보다 낮고, U-20 월드컵 본선 진출도 이번이 두 번째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 결승에 진출해 자국 축구 역사상 FIFA 주관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베네수엘라는 기적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조별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둬 16강에 오른 뒤 5월 30일 대전에서 열린 일본과 16강에서 연장 후반에 터진 에레라의 결승 골로 1-0 신승을 거뒀다.

4일 전주에서 열린 8강전 미국과 경기에서도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연장전에서 2-1로 누르며 4강에 진출했다.

우루과이와 4강전은 더욱 극적이었다. 두 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러 체력이 바닥났지만, 투혼을 발휘했다.

베네수엘라는 8일 대전에서 열린 우루과이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에 사무엘 소사가 동점 골을 넣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간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해 결승전에 진출했다.

라파엘 두다멜 감독은 승리가 확정되자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닭똥 같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선수들도 울음바다가 됐다.

베네수엘라 축구인들은 U-20 대표팀의 기적이 자국 내 암울한 상황에 기인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사회적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국가적 위기가 선수들의 정신력을 하나로 뭉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경제난에 시달리며 지난 3월 말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높은 범죄율, 식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사회 불안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반정부 시위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70여 명에 이른다.

8일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동쪽 차카오 지구에서 열린 집회 행진에 참여한 네오마르 란데르(17)군이 숨져 충격을 안겼다.

베네수엘라 축구대표팀을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이끈 리차드 파에즈 전 감독은 "U-20 선수들은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라고 말했다.

두다멜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우리 어린 선수들이 더 나은 베네수엘라를 만들 것"이라면서 "현재 축구는 우리 국민이 힘든 시기를 견디는 유일한 기쁨의 통로다. 매일매일 힘든 상황을 견디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큰 힘을 주고 싶다"라며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국민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작은 희망을 발견했다.

AFP통신은 "우루과이와 경기가 끝난 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서 많은 축구팬이 거리로 나와 경적을 울리며 기쁨을 나눴다. 반정부 시위로 위험한 시기에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온 33세의 젊은 청년 로버트 트론코소는 AFP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우리에게 총을 쏘는 순간에 U-20 대표팀 선수들은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줬다"라고 말했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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