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우승 '골든보이' 김승혁 "가장 역할 했다"
(남해=연합뉴스) 권훈 기자= "결혼도 했고 곧 딸이 태어나는데 가장으로서 뭔가 해내서 기쁘다"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데상트 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이정환(26)의 돌풍을 연장전 끝에 힘겹게 잠재우고 우승한 '골든보이' 김승혁(31)은 '아빠 미소'가 가득했다.
김승혁은 이번 대회 내내 아내 최리(30)씨 응원 속에 경기했다. 3월에 결혼한 최 씨는 임신 중이다. 임신 중인 딸 태명은 부부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승리'라고 지었다.
김승혁은 "너무 힘든 경기였지만 아내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면서 "불룩 나온 아내 배를 한 번씩 쓰다듬으면 내가 곧 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에 더 힘이 나고 시름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딸 '승리'는 넉 달 뒤에 태어날 예정이다.
그는 "아내가 경기가 끝나면 다리를 주물러줬는데 오늘은 내가 주물러줘야겠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김승혁은 2014년에 특급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지만 2015년과 작년에는 우승이 없었다.
김승혁은 "팬들에게 잊혀가던 내 이름을 다시 알리게 된 것이 반갑다"면서 "한번 우승하니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상금왕과 대상을 석권했다. 김승혁은 "우승하고 나니 상금왕과 대상도 욕심이 생겼다"면서 의욕을 보였다. 김승혁은 "일본투어 시드는 거의 안정권이라 앞으로 국내 대회에서 자주 출전해 2014년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맛보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김승혁은 그동안 부진이 부상과 클럽 교체 후유증 탓이라고 밝혔다.
"허리와 등이 좋지 않아 고생했고 바꾼 클럽 탓도 있었다"는 그는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좀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승혁은 이날 14번홀까지 2홀 차로 앞서다 15, 16번홀을 내줘 연장에 끌려갔다.
그는 "초반에는 소극적으로 경기했다"면서 "15번홀에서 이정환 선수가 먼 거리 버디를 잡아내고 16번홀에서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벙커샷을 하자 속으로 '하늘이 나한테 우승을 주지 않는구나'라고 거의 포기했다"고 고백했다.
김승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늘 고향 같은 편안한 바다도 오늘은 워낙 압박감이 강해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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