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민 48% "메이 총리 사퇴해야"…여야·내각도 압박(종합)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총리설도…영국 언론들도 가세
유력 여론조사업체 "노동당 지지율, 보수당보다 6%P 앞서"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한 것과 관련해 테리사 메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1일 영국 더타임스 일요일판인 더선데이타임스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조사결과 국민 48%가 메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가 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의견은 38%에 불과했다.
메이 총리는 '누가 총리직을 가장 적합한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 똑같은 응답률을 얻는 데 그쳤다.
메이 총리는 총선 직후 거세게 인 사퇴요구를 거부하고 민주연합당(DUP)과 합의해 소수정부를 이끌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과 내각에서마저 사퇴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메이 총리 취임 직후 경질된 뒤 현재 일간 이브닝스탠다드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은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는) 리더십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데드 우먼 워킹'(Dead woman walking)"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낼셜타임스(FT)와 미국 방송 CNN 등도 오스본 전 재무장관의 이 표현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데드 맨 워킹'은 죽은 사람이 걸어 다닌다는 뜻으로 사형집행장에 입장하는 사형수를 일컫는 말이다. 곧 불가피한 손해를 입을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영국 언론들은 장관 5명이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에게 접촉해 그가 메이 총리를 대신해 총리직을 맡을 경우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존슨 장관의 측근은 "존슨 장관에게 충성을 약속한 고위급 관계자가 몇몇 더 있다"면서 "존슨 장관에 대한 지지 메시지가 밀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국민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존슨 장관은 진보적 가치와 브렉시트에 대한 신임, 대중 호소력을 갖춘 유일한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일요일자 신문에서 "존슨 장관이 메이 총리에게 매달리는 일은 '시시하다'며 총리직을 맡을 준비에 착수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존슨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메이 총리를 지지한다. 일을 계속하자"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메이 총리를 향한 사퇴요구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영국의 친보수당 성향의 언론까지도 메이의 총리직 수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더선은 보수당 원로들이 메이 총리를 6개월 뒤 교체할 것을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보수당 원로들은 현재 당내 지휘권을 두고 경쟁을 벌일 경우 주요 산업을 다시 국유화하고 고위층과 기업체에 대한 과세를 주장하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더타임스는 1면에서 영국은 "사실상 지도자가 없다. 거의 통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도 "보수당이 아직 영국의 민주주의 체계를 망가뜨리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자만심과 무능으로 인해 그것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총선 결과에 가장 근접하게 예측한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은 데일리메일과 진행한 새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이 보수당보다 6%포인트 앞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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