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 임박했나…엔진 묶음·재진입 기술 관건
화성-12형 엔진 묶어 ICBM 발사시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거듭 언급함에 따라 올해 안으로 북한이 ICBM 발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논설에서 "우리가 최근에 진행한 전략무기 시험들은 주체 조선(북한)이 대륙간탄도로켓을 시험 발사할 시각이 결코 멀지 않았다는 것을 확증해주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에는 "우리는 최고 수뇌부의 명령에 따라 임의의 시간에 임의의 장소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진행할 준비가 되여있다"고 위협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마감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를 관철했다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실전배치하려면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첫 시험발사는 올해 안으로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은 ICBM으로 가는 전(前) 단계인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는 이미 성공한 상태다. 북한이 지난달 14일 발사한 IRBM 화성-12형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2천100㎞의 최고고도로 약 780㎞를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화성 12형이 500㎏의 탄두를 탑재한다고 전제하고 30∼45도의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비행 거리가 4천∼5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화성-12형에 장착한 엔진은 지난 3월 19일 공개한 신형 '대출력 발동기'로 추정된다.
당시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이 엔진의 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연소시험을 참관한 김정은은 이를 '3·18 혁명'으로 부르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엔진은 80tf(톤포스: 80t의 중량을 밀어올리는 힘)의 추력을 내는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 엔진 3개를 한데 묶고 3단 분리 시스템을 갖춰야 ICBM으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도 비슷한 추력의 엔진 여러 개를 묶는 방식으로 SS-18 '사탄'과 같은 ICBM을 개발했다.
북한이 ICBM을 개발하려면 엔진 여러 개를 묶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뿐 아니라 대기권 밖으로 나간 탄두가 다시 들어갈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을 견디는 '재진입'(re-entry) 기술도 필요하다.
북한은 작년 3월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에 성공했다며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는 섭씨 1천500∼1천600도 환경의 기계적 삭마시험으로, 훨씬 높은 온도의 화학적 삭마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ICBM의 경우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으로 발생하는 열은 6천∼7천도에 달한다.
그러나 북한은 ICBM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데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화성-12형을 비롯한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시험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화성-12형 시험발사 직후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시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ICBM과 같은 속도의 비행체를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GBI)로 맞히는 시험을 한 것도 북한의 위협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이 ICBM 요격 능력을 과시한 것은 유사시 북한이 이를 발사하더라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없음을 입증함으로써 북한 ICBM 위협의 효과를 반감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감행해 성공할 경우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레드 라인'을 설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확보하는 것을 엄중하게 인식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또다시 한반도 정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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